매일 두 차례 법당 기도와 일요일 오후의 명상 법문으로 문을 여는 제네바 호수 위 티베트 불교 수도원, 라브텐 쵤링

몽펠르린에서 내려다본 브베와 제네바 호수 ⓒArmineaghayan/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몽펠르린에서 내려다본 브베와 제네바 호수 ⓒArmineaghayan/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스위스 브베 위쪽, 제네바 호수를 내려다보는 해발 820미터 언덕에 티베트 불교 수도원이 하나 있다. 라브텐 쵤링이다. 창문을 열면 발레와 사부아 지역의 알프스 능선이 멀리까지 이어지고, 방 가운데 상당수는 호수가 보인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풍경이 아니다. 유럽 안에 세워진 정통 티베트 불교 수도원이면서, 불교와 티베트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찾아가 머물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두었다는 점이다.

사진출처 : canva Founded in 1977 by Geshe Rabten Rinpoche Rabten Choeling
사진출처 : canva Founded in 1977 by Geshe Rabten Rinpoche Rabten Choeling

하루 두 차례 법당 기도와 일요일 오후 법문, 수도원의 리듬을 함께 쓰다

공식 방문 안내에 따르면 평일 오전 일곱 시와 오후 여섯 시에 법당 기도가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제외된다. 티베트 달력으로 열흘과 스무닷새가 되는 날, 보름에 한 번쯤은 촉이라 불리는 공양 의식과 함께 긴 기도가 올려지고, 이 자리에는 방문객도 함께할 수 있다. 일요일 오후 세 시에는 명상에 관한 일반 법문이 열린다. 수도원 안에서 조용히 명상하며 지내거나, 궁금한 점을 승려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다고 안내는 적고 있다.

머무는 동안 들을 수 있는 정기 강의도 운영된다. 휴일을 뺀 평일에 세 갈래가 돌아간다. 곤사르 툴쿠 린포체가 오후 세 시에 영어로 『복덕자의 목걸이』를 강의하며 여섯 가지 준비 수행을 자세히 풀어 놓는다. 게셰 췰트림은 오전 열 시 반에 영어로 불교 네 학파의 철학을 다룬다. 게셰 부가는 오후 세 시에 영어와 프랑스어로 깨달음의 단계적 길을 설명하는 람림 계열 텍스트를 강의한다. 세 강의 모두 온라인 중계로도 열려 있어, 여행 전에 미리 결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연중 행사도 일정에 올라와 있다. 2026년 12월 1일부터 3일까지는 간덴 응암쵀가 열린다. 겔룩파 전통의 창시자 쫑카빠의 열반을 기념해 믹체마를 암송하고 천 번의 공양 기도를 올리는 사흘이다. 2027년 4월 1일에는 곤사르 툴쿠 린포체의 탄생일 행사가 예정돼 있다. 스승의 탄생일에는 훈향 공양을 올리고 함께 점심을 먹는 날이 연중 여러 번 배치된다. 티베트와 불교의 명절에는 전통 의식과 기도, 축제가 열리며 손님을 맞는다.

티베트 불교 법당의 등불 공양(자료 사진) ⓒAiliajam/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티베트 불교 법당의 등불 공양(자료 사진) ⓒAiliajam/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입문자용 세미나부터 7년 과정까지, 배움의 폭을 확인하다

라브텐 쵤링은 1977년 게셰 라브텐 린포체가 세웠다. 공식 소개는 이곳을 고등 티베트학 연구원이자 정통 티베트 불교 사원으로 설명한다. 설립 목적은 세 가지로 적혀 있다. 티베트 불교 전통을 살아 있는 형태로 보존하고 전하는 일, 스위스와 유럽에 사는 티베트인 특히 젊은 세대가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돕는 일, 철학과 심리학, 명상, 예술, 의학을 포함해 티베트 불교를 깊이 배우려는 사람에게 시설을 제공하는 일이다.

배움의 층은 넓게 열려 있다. 입문자와 상급자를 위한 여러 세미나와 명상 강좌가 운영된다. 전일제로 들어오는 학생을 위해서는 7년 과정이 따로 있다. 다루는 주제는 논리학에 해당하는 프라마나, 수행의 길과 단계를 다루는 파라미타, 중도의 견해를 다루는 마드하미카, 출가 계율인 비나야, 현상학에 해당하는 아비다르마다. 중요한 논서를 깊이 읽기 위해 티베트어 지식이 필수여서 정기 티베트어 강좌가 함께 열리고, 과정을 마친 학생에게는 원하는 경우 수료증이 주어진다. 여름방학에는 일주일짜리 국제 불교 어린이 주간도 열린다. 비폭력의 기본 윤리와 불교 철학, 탕카 그림, 연극, 티베트어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소풍과 야외 활동이 함께 들어간다.

이 수도원을 이끄는 사람은 곤사르 툴쿠 린포체다. 1949년 티베트 시가체에서 태어나 세 살에 곤사르 린포체 계보의 다섯 번째 환생자로 인정받았고, 달라이 라마가 이를 확인했다. 여섯 살에 세라 사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게셰 라브텐의 지도를 받았다. 1959년 스승과 함께 인도로 피신해 공부를 이어 갔고, 1969년부터는 스승이 서양 학생들에게 전한 가르침을 영어로 옮기는 일을 맡았다. 1986년 게셰 라브텐이 입적한 뒤 그 활동을 이어받았다.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티베트어로 가르침을 전한다.

호수가 보이는 1인실과 공동 침실, 수도원 주방의 밥상에서 머물다

숙소는 1인실과 2인실, 공동 침실 형태로 나뉘어 있다. 수련 과정에 참가하러 오는 사람, 휴가로 며칠 쉬러 오는 사람,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 모두를 받는다고 공식 안내는 밝히고 있다. 많은 방에서 제네바 호수가 보인다. 식사는 수도원 주방에서 방문객에게도 제공된다. 넉넉히 준비되도록 도착 몇 시간 전에 미리 알려 달라는 당부가 붙어 있다. 불교 수도원이므로 술은 제공되지 않는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규모도 공개돼 있다. 승려가 약 서른 명, 비구니가 다섯 명, 재가 학생이 스물 명가량이다. 열네 개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함께 생활하는 국제 학교의 성격도 띤다. 승려들은 계율을 따르며 매일의 기도와 참회, 여름 안거, 월례 푸자 같은 출가자의 의례를 행한다. 방문객이 묵는 동안 마주하는 하루의 리듬이 손님을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제로 돌아가는 공동체의 일과라는 뜻이다.

수도원이 소개하는 수행의 갈래 가운데 여행자가 먼저 만나게 되는 쪽은 마음 훈련이다. 티베트어로 로종이라 불리는 이 수행과 실천 명상이 공식 안내의 수행 항목으로 올라와 있다. 가르침의 계보로는 쫑카빠와 트리장 린포체를 비롯한 겔룩파 스승들이 소개된다. 짧게 머무는 사람이 교리의 체계를 다 따라갈 수는 없어도, 마음을 다루는 훈련 하나를 들고 돌아갈 수는 있는 구성이다.

티베트 불교 수행처의 기도 깃발(자료 사진, 인도 다람살라) ⓒLisa Tully/Wikimedia Commons (CC BY 2.0)
티베트 불교 수행처의 기도 깃발(자료 사진, 인도 다람살라) ⓒLisa Tully/Wikimedia Commons (CC BY 2.0)

알프스 능선과 호수를 바라보며 쉬고 싶다면

낮 시간에는 몽펠르린 일대의 산책길을 걸을 수 있다. 수도원이 선 자리가 호수 위 언덕이어서 능선과 물빛을 동시에 품은 풍경이 이어진다. 단체로 찾는 경우에는 사무실과 시간을 맞춰 가이드 투어를 받을 수 있고, 이때 불교 철학과 명상, 수행에 관한 설명이 함께 진행된다. 학교와 단체, 사적인 모임까지 대상에 들어간다.

몽펠르린 샤르돈에서 바라본 제네바 호수와 알프스 ⓒNbonzon/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몽펠르린 샤르돈에서 바라본 제네바 호수와 알프스 ⓒNbonzon/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라브텐 계열 수도원은 유럽 여러 곳에 퍼져 있다. 오스트리아 포랄베르크와 티롤, 독일 뮌헨, 프랑스 프로방스, 헝가리 발라톤 호수 남쪽, 체코, 네덜란드, 루마니아에 센터가 있고 네팔 룸비니와 스리랑카에도 거점이 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수도원에는 연중 자격 있는 승려와 교사가 상주하며 숙소와 식당을 갖춰 하루 세 끼를 제공한다고 안내는 밝히고 있다. 유럽을 길게 도는 여정 가운데 며칠을 수행에 쓰려는 사람이라면 동선에 맞춰 고를 수 있는 폭이 넓다.

센터마다 성격도 조금씩 다르다. 프랑스 거점은 프로방스 언덕에 자리하며 여러 식물이 자라는 정원과 명상과 기도를 위한 사원을 두었고, 해변까지 몇 킬로미터 거리다. 헝가리는 발라톤 호수 남쪽 기슭 포도원에 여덟 채의 별장을 두어 조용한 수련이나 가족 단위의 머묾이 가능하다. 별장 한 채에 최대 네 명이 묵는다. 네팔 룸비니의 게덴 국제 수도원에는 객실이 있고, 스위스에서 교육받은 네팔인 요리사가 채식 식사를 준비한다. 독일 뮌헨에서는 기도와 명상 모임이 이어지며 연중 공개 세미나가 열린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수도원은 대체로 사전 약속 없이도 찾아갈 수 있다고 안내는 밝히고 있다.

스위스 안에도 바젤과 베른, 에프레티콘에 스터디 그룹이 있고, 오스트리아에는 포랄베르크의 타시 라브텐과 티롤의 델레그 라브텐이, 독일에는 뮌헨의 푼촉 라브텐과 라브텐 점체 링이 있다. 체코 리베레츠에서는 상주 승려가 이끄는 활동이 이어지고, 네덜란드 덴하흐에서는 정기 모임과 공개 법문이 열린다. 몽펠르린의 본원을 중심에 두고 유럽 각지로 가지를 뻗은 구조다.

승가공동체와 함께 하는 하루

티베트 불교의 가르침을 책이 아니라 그 전통이 실제로 돌아가는 자리에서 들어 보고 싶은 사람에게 맞는 곳이다. 요가 수업이나 스파를 기대하는 쪽이라면 성격이 전혀 다르다. 수련 시설이 아니라 승가 공동체이고, 손님은 그 공동체의 하루에 잠시 섞여 지내는 쪽에 가깝다. 자유로운 개인 일정보다 법당의 시간표에 몸을 맞추는 경험을 찾는 사람에게 어울린다.

제네바 호수 위 언덕에서 아침 일곱 시에 법당에 들어가고, 일요일 오후에는 명상 법문을 듣는 며칠. 이왕 스위스를 여행한다면 호수와 알프스를 바라보기만 하는 대신 그 풍경 안에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끼워 넣어 보는 쪽이 더 오래 남지 않을까. 숙소를 고르는 기준에 고요함 하나를 더 올려 두는 일만으로도 여정의 결이 달라진다.

기사 문의 : fare304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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