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금정산 범어사가 2026 범어페스티벌의 하나로 시민과 함께하는 반딧불빛 걷기명상을 열고 있다. 10월 23일 개막점등식을 시작으로 11월 22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저녁 5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경내 걷기명상 코스를 개방하고 반딧불빛 조명을 밝힌다. 주최와 주관은 대한불교조계종 범어사다.
해가 일찍 지는 늦가을, 퇴근 뒤나 주말 저녁에 산사의 밤길을 천천히 걸어 보는 자리다. 앉아서 하는 명상이 낯선 사람도 발걸음에 마음을 실어 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동산공원에서 대웅전 앞마당까지, 네 개의 문을 지나는 밤길
코스는 경내 대성암 입구에 있는 동산공원에서 출발해 조계문과 천왕문, 불이문을 차례로 지나 대웅전 앞마당에 이른다. 사찰의 문을 하나씩 통과하며 바깥의 소란에서 안쪽의 고요로 들어가는 구조다. 길에는 반딧불빛 조명이 켜져 숲과 전각 사이를 은은하게 비춘다.
범어사는 공지에서 시민과 불자 모두의 이용을 바란다고 밝혔다. 공지에는 별도의 신청 절차나 참가비 안내가 없다. 자세한 사항은 범어사 종무소(051-508-3122)에서 안내한다.

개막 날엔 3층석탑 탑돌이와 싱잉볼 명상까지
10월 23일 오후 5시 30분 동산공원에서 열린 개막점등식은 반딧불빛을 밝히고 함께 걷는 순서로 꾸려졌다. 개막 코스는 대웅전 앞마당을 지나 3층석탑 탑돌이로 이어지고, 싱잉볼 명상과 회향으로 마무리하도록 짜였다. 걷기와 탑돌이, 소리 명상이 한 흐름으로 이어진 구성이다.
탑돌이는 탑을 돌며 마음을 모으는 오래된 불교 수행이다. 같은 길을 반복해 도는 단순한 움직임이 생각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걷기명상과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다.

걷는 명상이 입문으로 좋은 이유
정보와 자극이 쉼 없이 밀려드는 일상에서 처음부터 오래 앉아 호흡을 지켜보기는 쉽지 않다. 걷기명상은 몸을 움직이면서 발바닥의 감각과 숨, 주변의 소리에 주의를 돌리는 방식이라 명상이 처음인 사람도 비교적 편하게 시작할 수 있다. 어두워진 숲길과 사찰의 정적은 그 주의를 붙잡아 두는 좋은 배경이 된다.
범어사의 이번 시도는 사찰이 가진 공간과 수행 전통을 시민의 저녁 시간으로 열어 놓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걷기가 맞는 사람에게는 한 달 동안 매주 찾아가 볼 수 있는 입문의 길이다. 범어사는 부산 금정구 범어사로 250에 있다.
기사문의 : fare3041@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