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을 그만두라고 다그치는 대신, 게임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을 알아차리고 바라보게 하면 어떻게 될까.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윤성민 교수 연구팀이 영국 옥스퍼드대 마음챙김센터 윌렘 카이켄 교수와 함께 이 질문을 연구로 옮겼다. 인터넷 게임장애 고위험군 대학생 46명을 대상으로 한 예비연구다. 성균관대는 지난 7월 10일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논문은 이에 앞서 5월 국제학술지 Mindfulness에 실렸다.
우울증 재발을 막던 마음챙김 인지치료, 게임 충동에 맞게 고쳐 썼다
연구팀이 쓴 방법은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다. 우울증 재발을 막는 데 쓰여 온 이 치료를 게임장애의 특성에 맞게 고쳐 MBCT-G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이켄 교수는 옥스퍼드 마음챙김센터를 이끄는 MBCT 연구자로, 이번 연구에는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프로그램의 뼈대는 두 갈래다. 게임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올라올 때 그 감정과 생각을 한 발 떨어져 바라보는 마음챙김 명상, 그리고 충동에 휩쓸리지 않고 다르게 반응하도록 생각의 틀을 바꾸는 인지치료다. 충동을 억지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충동과 나 사이에 틈을 만드는 연습에 가깝다.
명상만 하지 않았다, 게임 밖에서 즐거움을 찾는 계획까지 세웠다
수업은 8주 동안 매주 집단으로 진행했다. 영문 보도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은 매주 마음챙김 명상과 함께 사회성 기술, 자기 돌봄 방법을 배웠다. 운동처럼 몸을 쓰는 활동, 사람을 만나는 여가 활동, 창작 취미 가운데 게임을 대신할 즐거운 일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제로 해 보는 과정도 들어갔다.
앉아서 호흡을 바라보는 시간과 몸을 움직이는 일상의 실천이 한 프로그램 안에 함께 묶인 셈이다. 화면 속 자극에 익숙해진 세대에게 명상을 권할 때, 고요히 앉는 시간만으로는 문턱이 높을 수 있다. 몸과 관계, 취미로 이어지는 실천이 함께 있을 때 명상은 생활을 바꾸는 도구가 된다.
24명과 22명을 비교했더니, 한 달 뒤까지 남은 것은 자기통제력이었다
연구팀은 46명 가운데 24명에게 MBCT-G를 진행하고, 22명은 아무 프로그램도 받지 않는 비교 집단으로 두었다. 프로그램 전과 후, 끝나고 4주 뒤에 게임장애 증상, 충동성, 우울, 지각된 스트레스, 불안, 자기통제력을 측정했다.
논문 초록에 따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집단은 비교 집단보다 게임장애 증상과 지각된 스트레스, 상태불안이 더 많이 줄었고 자기통제력은 더 높아졌다. 4주 뒤 추적조사에서도 이 변화는 이어졌다. 다만 상태불안의 개선은 4주 뒤까지 유지되지 않았다. 함께 측정한 충동성과 우울에 대해서는 초록에 별도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윤 교수는 학과 공지에서 이 연구가 학업 스트레스로 충동적으로 게임에 몰두하는 악순환을 학생 스스로 끊도록 돕는 근거기반 심리개입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영문 보도자료에서는 집단 형식이라 임상 인력이 적게 든다는 점을 들어, 대학 상담센터와 게임 과몰입 예방센터에 보급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았다.

46명의 예비연구, 연구팀 스스로 더 큰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이번 결과는 가능성을 보여 준 첫걸음으로 읽어야 한다. 참가자가 46명으로 적고, 비교 집단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집단이었다. 같은 시간 동안 다른 집단 활동을 한 학생들과 비교한 것이 아니어서, 변화가 마음챙김 덕분인지 함께 모여 관심을 받은 경험 덕분인지 가려내기 어렵다. 추적 기간도 4주로 짧다.
연구팀도 논문 결론에서 더 많은 참가자, 다른 활동을 하는 비교 집단, 더 긴 추적 기간으로 다시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 과몰입을 겪는 학생이나 가족이라면 이 연구를 치료법의 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전문 상담과 함께 시도해 볼 수 있는 하나의 길로 보는 편이 맞다.
정보과잉 세대의 명상, 국내 연구가 세계 학술지에 내놓은 질문
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국제질병분류에 게임이용장애를 올렸다. 손 안의 화면이 끊임없이 자극을 건네는 시대에, 충동과 거리를 두는 힘은 게임을 많이 하는 일부 학생만의 과제가 아니다. 알림이 울릴 때마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 경험은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익숙하다.
이번 연구는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국내 연구진이 설계하고, 마음챙김 연구의 중심에 있는 옥스퍼드 연구자와 함께 국제학술지에 결과를 낸 사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기반 디지털치료제 기술 개발 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명상이 사찰과 수련원을 넘어 대학 상담실과 디지털 과몰입 예방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그 근거를 한국에서 쌓아 가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만하다.
게임을 끊으라는 말보다 지금 내 안에서 무엇이 올라오는지 알아차리라는 말이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앉아서 하는 명상이 낯선 사람이라면 걷기와 운동, 사람과 함께하는 활동처럼 몸을 쓰는 실천에서 시작해도 좋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충동 앞에서 한 번 멈추는 연습, 그것이 이 연구가 건네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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