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마음만 담아온 이들에게, 이제는 나를 비출 시간 — 신뢰서클 '마음비추기 리트릿'
하루에도 몇 번씩 타인의 무너진 이야기를 조용히 받아 안는 사람들이 있다. 내담자의 고통을 담아내고 그 안에서 임상적 의미를 길어 올리는 상담자와 상담교사다. 그런데 전문가라는 이름 뒤에 남겨진 자신의 소진은 어디서 위로받을 수 있을까. 이 오래된 물음에서 출발한 자기 돌봄의 자리, 상담자와 상담교사를 위한 '마음비추기 초대 리트릿'이 오는 8월 서울 합정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열린다.
늘 담아내던 사람에게도 쉼이 필요하다
이번 리트릿을 기획한 이는 22년간 상담 현장을 지켜온 상담자다. 내담자를 담아내는 일에는 익숙해졌지만 정작 자신의 소진은 어디에도 편히 내려놓지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동료와 학회, 학교라는 테두리 안에서도 자신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일은 늘 조심스러웠다.
그러다 만난 것이 신뢰서클이었다.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속에서 충분히 쉬고 자기 자신과 고요히 마주한 경험이, 다시 상담 현장으로 돌아설 힘이 되어주었다. 같은 자리에 선 동료들과 그 시간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이번 리트릿으로 이어졌다.
고치지 않고, 그저 곁에 머무는 자리
마음비추기 리트릿의 바탕이 되는 신뢰서클(Circle of Trust)은 미국의 교육철학자 파커 파머가 제안한 방식이다. 사람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고, 그 자체로 이미 온전한 존재로 환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고치기와 구원하기, 조언과 바로잡기를 잠시 멈추고 오롯한 경청과 세심한 침묵으로 서로를 맞이한다. 서둘러 위로하거나 해결책을 건네는 익숙한 습관마저 이곳에서는 내려놓게 된다.
진행자들은 앞에서 이끄는 지도자가 아니라 리트릿의 모든 여정을 평등하게 함께 걷는 동반자로 머문다. 신뢰서클의 전통에 따라 안내문에는 진행자의 이름을 따로 밝히지 않는다. 그 침묵 속에는 오랜 시간 이 방식을 수련해 온 이들이 참가자 곁에 조용히 함께한다.
채우기를 멈추고, 비워내는 하룻밤
리트릿은 자기탐색을 위한 집단상담이나 교육 프로그램과는 결이 다르다. 변화를 강요하지 않기에 오히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공간에 가깝다. 고요한 방에서 시와 읽을거리, 성찰 질문을 마주하며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멈춤의 시간이 마련된다. 판단 없이 듣고 말하는 서클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그대로 수용되는 경험, 서로의 차이가 갈등이 아니라 나의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순간도 여기서 만난다.
초대의 대상은 분명하다. 임상 현장에서 깊은 소진을 느끼며 쉼이 절실한 사람, 늘 내담자를 향하던 공감의 에너지를 이제 자신에게 돌려주고 싶은 사람이다. 동료의 시선이나 전문가라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가장 취약한 모습 그대로 수용받고 싶은 이들, 채워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고요한 독방의 하룻밤을 그리워한 이들에게도 이 자리는 열려 있다.
진행 안내
일시 2026년 8월 28일(금) 오후 5시 ~ 29일(토) 오후 4시, 1박 2일
장소 전진상 영성센터(서울 마포구 토정로2길 33), 도심 속 영성 공간
대상 상담자, 상담교사 및 정신건강 관련 종사자
정원 13명
참가비 30만원(1인실 숙박, 식사 3식, 자료 일체 포함)
신청 '자기마음비추기' 신청서 작성 후 이메일(innerteacher@naver.com) 접수
신청 마감 2026년 7월 26일(일)
문의 마음의씨앗 02-756-5669
타인의 마음을 오래 돌보아 온 이들을 위해 마련된, 소란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 자신과 다시 연결되는 이틀의 시간. 상담자와 상담교사를 위한 영혼의 돌봄이 8월 합정에서 조용히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