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이룬 연매출 30억 CEO 출가를 결심하다 — 현안스님의 『미국스님 한국 표류기』

스포츠카를 몰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타고, 잔디밭 대저택에 살던 여자가 있었다. 그녀가 어떻게 회색 장삼을 입고 한국 선원의 좌복에 앉게 됐을까. 그 믿기 어려운 반전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이 나왔다.

돈 많이 벌려고 절에 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제약회사를 다니다 27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현안스님은 미용제품 관련 사업을 하다 우연히 명상에 흥미를 느꼈다. 명상의 목적이 처음부터 고상했던 건 아니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고, 명상이 도움이 된다기에 발길을 옮겼을 뿐이다.

무료로 명상을 진행한 곳은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있던 위앙종(중국 선종 5가 중 하나) 사찰 노산사였다. 현안스님은 그곳에서 베트남계 승려인 영화스님이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모습에 매력을 느껴 매주 절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이후 현안스님 사업체 매출은 10~15배 뛰었고, 스님은 푸른 잔디밭이 있는 대저택에 살며 고급 스포츠카와 비즈니스 클래스로 미국 안팎을 누비는 성공을 거뒀다. 명상이 삶을 바꾼다는 말을 몸소 증명한 셈이었다 — 물론, 그 변화는 아직 시작에 불과했다.

즐거움이 절정을 이루던 순간, 출가를 결심하다

출가를 결심한 건 스님 말대로 "세속적인 즐거움을 만끽하던 시기"였다. 영화스님과 함께 한국에 왔다가 한국에도 위앙종 절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영화스님이 그에게 출가를 권유하자 먹던 밥이 입 밖에 튀어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성공한 사업가로서 세상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고 있던 순간, 찾아온 전혀 다른 방향의 제안. 그 황당함 속에서도 결국 그 권유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2019년 출가한 미국 국적의 현안스님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아메리칸 선명상과 위앙종을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한국 땅에 피어난 위앙종, 청년들이 찾아오다

현안스님의 '표류'는 결코 허투루 끝나지 않았다. 현재 국내에는 청주 보산사, 분당 보라선원, 종로 보화선원 등 3곳의 위앙종 도량이 생겼고, 17명이 출가했다. 국내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위앙종이 미국 국적 스님 한 명의 귀환을 통해 조용히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주로 찾아와 선명상 배우기를 청한다고 한다. 명상이 자기계발의 도구로 소비되는 시대에, 그 안에서 진정한 수행의 결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이 낯선 도량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욕망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대승불교의 아름다움"

명상을 하러 온 이들에게 스님은 처음 왜 왔는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물어본다. 돈을 많이 벌려고 명상을 찾았던 과거의 자신처럼 세속적인 욕망을 갖고 명상하는 것이 자칫 불경해 보일 수도 있지만 현안스님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모든 욕망을 한 번에 내려놓을 수는 없어요.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도 나쁜 것이 아닙니다. 돈을 벌어야 전기세도 내고 밥도 사먹죠. 그런 것을 부정하지 않고 이룰 수 있게 도와주면서 마음의 괴로움을 줄여주는 것이 대승불교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욕망을 인정하면서 출발하는 명상 — 완벽한 마음을 갖춰야만 수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조용히 허무는 말이다.

그 오랜 여정의 속살 — 돈을 벌려고 절에 발을 들인 날부터, 밥상 앞에서 출가를 권유받던 순간까지 — 을 현안스님은 신간 『미국스님 한국 표류기』(모과나무)에 솔직하게 풀어놓았다. 스님 스스로 "선명상을 통해 청년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출가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듯, 이 책은 단순한 자전적 회고가 아니다. 명상이 삶을 어떻게 다르게 읽어내게 하는지, 그 감각을 나누고 싶다는 권유이기도 하다.

성공과 포기, 선택과 방황 사이 — 현안스님의 이야기는 어느 한 방향으로 쉽게 요약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명상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궁금한 이들, 출가나 수행이 자신과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이들, 혹은 그저 마음이 고단한 이들에게 조용히 손을 내미는 책이다. 모과나무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