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 한국명상지도자협회가 5월 12일 서울 조계종 전법회관 3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4인 공동대표 체제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새로 협회를 이끌게 된 얼굴은 마가 스님(자비명상 대표), 정혜 스님(해인선명상센터장), 김열권 원장(마하위빠사나명상원장), 안희영 소장(한국MBSR마음챙김연구소)이다. 3월 23일 제122차 운영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선출된 이들은 전 회장 적경 스님의 뒤를 이어 협회 운영의 새로운 장을 연다.
자비명상부터 MBSR까지, 한 테이블에 앉다
이번 출범의 무게는 지도부 교체 차원에 머물지 않는다. 자비명상과 간화선, 위빠사나, 서구형 마음챙김(MBSR)이라는 서로 다른 수행 전통의 대표들이 한 협회의 운영을 함께 맡게 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물다. 협회 안에서 활동하는 명상단체는 무려 31개에 이른다.
이사장 중심의 단일 지도체제를 4인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 배경에는 "현대 사회의 복합적 요구에 대응하고 명상의 전문성과 대중화를 가속하겠다"는 협회의 의지가 담겼다. 전통 참선의 깊이와 현대 응용 명상의 접근성이 만나는 지점에 한국형 선명상의 표준을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깨달음을 넘어 '사회 치유형 명상'으로
마가 스님은 봉은사 국제선명상대회 현장의 풍경을 떠올렸다. 그곳에 모인 청년들 가운데 깨달음을 원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울증과 불면증, 대인기피 같은 현실의 고통을 안고 온 이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스님은 한의원이 체질에 따라 약을 짓듯 명상도 맞춤형으로 다가가야 한다며, 협회가 현대인의 고통을 덜어주는 '마음 약방'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혜 스님은 명상이 특별한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라 지친 사람들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게 하는 길이라고 했다. 개신교세가 강한 전라도에서도 스님만 보면 선명상을 묻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현장 변화도 전했다.
김열권 원장은 AI 시대 이후 명상이 인성 교육의 핵심이 될 것이라 진단했다.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를 빠르게 이룬 대한민국이 자살률과 교통사고 사망률에서 OECD 최고 수준에 머무는 현실을 짚으며, 전통 수행법과 현대 심리학을 결합한 체계적 명상 교육이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영 소장은 두 흐름을 잇는 징검다리가 협회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선은 깊이가 있지만 대중적 접근성이 떨어지고, 현대 명상은 접근성은 좋으나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깊이 있는 선과 대중성 있는 현대 명상이 만나 새로운 한국형 명상 표준을 만드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원효 스님의 화쟁 정신이 31개 단체의 공존을 이끄는 운영 철학으로 자리잡았다.
11주년 포럼과 명상아카데미, 다가올 마음의 계절
협회는 출범 첫 활동으로 창립 11주년 기념 포럼을 연다. 주제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 선명상'. 초기경전과 상좌부 전통의 명상부터 대승, 티베트, 간화선, 현대 응용 명상까지를 망라하는 다섯 명의 발표와 종합 토론이 예정돼 있다.
행사명 : 한국명상지도자협회 창립 11주년 기념 포럼
주제: 전통과 현대의 만남, 선명상
일시: 2026년 6월 28일
장소: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
주요 발표자: 김재성, 정혜 스님, 김열권, 박희승, 안희영
문의 : 02-953-5307
하반기에는 제20차 명상아카데미 2급과 1급 자격 과정도 개설된다. 2급은 9월 2일, 1급은 9월 5일 온라인 ZOOM으로 개강한다. 협회 공인 '명상전문지도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 교육이다. 협회는 2015년 창립 이후 2급 1024명, 1급 528명, 트레이너 218명, 디렉터 50명 등 1800여 명의 명상 지도자를 배출해왔다.
간담회 직후 4인 공동대표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진우 스님이 추진해 온 선명상 대중화 사업과 협회의 새 체제가 만나면서, 한국 명상문화는 또 한 번 큰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