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딸이 만든 건축세계 '바람의 건축'전 연계프로그램으로 다양한 명상 요가 진행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골목 어귀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FEZH. 이곳에서 지난 12월 6일부터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람의 건축: 이타미 준과 유이화의 바람이 남긴 호흡'이라는 제목의 이 전시는 단순한 건축 작품 전시를 넘어, 아버지에서 딸로 이어진 건축적 정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재일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본명 유동룡, 1935~2011)은 평생 '바람의 언어를 듣는 건축'을 추구했다. 그는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현에서 성장하면서도 한국 국적을 평생 유지했고, 제주의 포도호텔, 방주교회, 수·풍·석 미술관 등을 통해 한국의 땅과 바람을 건축으로 풀어냈다. 돌, 바람, 흙의 조화를 중시했던 그의 철학은 2003년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아시아인 최초 개인전, 2009년 일본 무라노 도고상 재일한국인 최초 수상 등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다.

이타미 준의 딸이자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이사장인 유이화 건축가는 아버지의 철학을 이어받아 "그 땅에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생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건축 세계를 펼치고 있다. 그녀가 직접 설계한 FEZH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순수한 온기와 호흡을 통해 회복을 지향하는 공간으로, 전시장 자체가 두 건축가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증거가 된다.

시간을 거슬러 만나는 부녀 건축가의 여정

전시는 총 29점의 건축 작품을 건축 모형, 드로잉, 스케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인다. 특히 2020년대 유이화의 최근 작업에서 시작해 1970년대 이타미 준의 데뷔작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특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시간을 역행하며 딸의 현재가 아버지의 과거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 전개 방식은, 건축이 세대를 넘어 어떻게 호흡할 수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전시는 네 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2020: 건축가 유이화', '2000: 건축가 이타미 준 그리고 유이화', '1990~1970: 건축가 이타미 준', 그리고 '시간을 넘어: 바람의 건축'. 각 섹션을 지나며 관람객은 부녀가 함께 그려온 건축의 여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조망하게 된다.

유이화의 라이브 도슨트로 듣는 건축 이야기

이번 전시의 또 다른 백미는 유이화 건축가가 직접 진행하는 라이브 도슨트다. 이타미 준의 딸이자 FEZH를 설계한 건축가로서, 그녀는 이 공간에 담긴 모든 이야기를 관람객과 나눈다. 12월 20일과 2026년 1월 10일 토요일 저녁 7시, FEZH 1층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이 특별한 시간은 아버지와 딸의 건축 이야기, 삶의 여정, 작품에 대한 깊은 성찰을 직접 듣는 귀한 기회다.

전시와 함께 호흡하는 명상, 몸과 마음의 회복

FEZH는 전시와 연계해 12월 6일부터 2026년 1월 18일까지 다채로운 명상 및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FEZH 4층에 위치한 까사델아구아에서는 위스키 체감 예술 명상, 사운드배스, 포레스트 요가, 사맛디 핸드팬 콘서트 등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이 매주 진행된다.

특히 12월 13일 토요일 저녁 7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사운드배스 프로그램 'Deep Resonance'는 전시 공간의 건축적 울림과 소리의 진동이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다. 트루아이(True_I) 웰니스 센터 대표이자 LG 기업 명상 강사로 활동 중인 김연희 강사가 진행하는 이 세션은 컬러와 소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돌보는 시간이다.

'크리스탈 사운드로 만나는 내면의 회복

김연희 강사는 영국 오라소마 컬러케어시스템 공인 프랙티셔너이자 캐나다 크리스탈 싱잉볼, 히말라야 싱잉볼, 네팔 공 사운드 연주자로, 시몬스 VIP 수면 클래스 전임 명상 강사로도 활동해왔다. 그녀가 진행하는 사운드배스는 자연의 소리와 힐링악기의 진동으로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돌보는 자기회복 프로그램이다.

"심박수, 호흡, 피부로 전해지는 미세한 파동까지, 나의 오감이 지금의 나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는지, 그리고 그 감각을 스스로 어떻게 케어할 수 있는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김연희 강사는 전했다.

이날 세션은 컬러로 감정의 결을 인식하고, 크리스탈 사운드로 몸과 마음에 회복의 진동을 더하며, 보이스 힐링으로 내면의 에너지를 조율하는 통합 감각 리추얼로 마련됐다. 스트레스와 감정 기복이 큰 분, 숙면이 어렵거나 마음이 예민한 분, 고요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분, 내면을 이해하고 명상을 시작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추천된다.

12월과 1월, 매주 달라지는 힐링의 시간들

까사델아구아에서 진행되는 전시 연계 프로그램은 매주 다른 테마로 찾아온다. 12월 7일 일요일 위스키 체감 예술 명상을 시작으로, 12월 11일 목요일 체감 예술 명상, 12월 19일 금요일 포레스트 요가, 12월 21일 일요일 사맛디 핸드팬 콘서트, 12월 23일 화요일 사운드배스, 12월 24일 수요일 감각을 깨우는 요가, 12월 28일 일요일 숨 마음 요가까지 이어진다.

2026년 1월에도 프로그램은 계속된다. 1월 8일 목요일 싱잉볼 사운드배스, 1월 17일 토요일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요가 스컬프트 수업도 마련되어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오후 7시부터 8시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되며, 참가비는 3만 원이다.

건축과 명상이 만나는 곳, FEZH의 의미

FEZH라는 이름은 빵집과 우물을 공유하는 모로코 구도시 페즈(Fez)에서 영감을 받았다. 여기에 '힐링(Healing)'과 '한남동(Hannam-dong)'의 영문 이니셜 H를 더해 만들어졌으며, H는 묵음이다. 코로나19 시기 디지털다임 사옥이었던 이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임종현 대표는 "이런 때일수록 힐링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 공간을 열었다.

유이화 건축가는 벽돌과 나무를 주재료로 사용해 한남동 골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FEZH를 설계했다. 지하 광장에서 흘러나오는 새소리, 재즈 바에서 음미하는 위스키 한잔, 물이 흐르는 공간에서 체험하는 명상까지, 이곳에는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여러 장치가 숨어 있다.

바람의 철학이 전하는 삶의 메시지

이타미 준이 평생 추구한 '바람의 언어를 듣는 건축'은 제주의 포도호텔이나 수·풍·석 미술관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자연의 바람을 건축적으로 해석하고 바람의 흐름과 조화를 추구하는 이 건축 양식은 유이화 건축가에게도 이어져,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펼쳐진다.

유이화 건축가는 "이타미 준의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현재성을 지닌다"며 "그의 건축이 시대와 호흡해온 여정, 그리고 그 이후 유이화가 어떻게 그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지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타미준건축문화재단 관계자는 "두 건축가가 건축으로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통해, 건축이 관계 맺은 땅과 인간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남동에서 만나는 치유의 공간

전시는 2026년 1월 1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한남동 문화 예술 허브의 중심에 자리한 FEZH는 삼성미술관 리움, 블루스퀘어, 현대카드 뮤직라이브러리 등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건축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호흡하고 체험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전시가 관람에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FEZH에서 펼쳐지는 '바람의 건축' 전시와 연계 프로그램은 연말연시,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는 바람의 흐름을 읽어내던 이타미 준의 시선처럼, 들리지 않는 소리의 파동에 귀 기울이는 명상의 시간처럼, 이곳에서의 경험은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하루 쌓인 감정과 긴장을 가볍게 풀어내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