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빛, 세대의 공존’ 주제로 펼쳐지는 대서사시
경주 단독 개최 첫 축전,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특별한 문화 체험
천년고도 경주가 다시 한번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9월 12일 개막해 10월 3일까지 22일간 이어지는 ‘2025 세계유산축전 경주역사유적지구’가 경주 전역을 무대로 화려한 막을 올렸다. 국가유산청, 경상북도, 경주시가 공동 주최하고 국가유산진흥원과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공동 주관하는 이번 축전은 여러 면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0년 시범 시행 이후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세계유산축전에서 경주가 단독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주에는 불국사와 석굴암(1995년), 경주역사유적지구(2000년), 한국의 역사마을 양동마을(2010년), 한국의 서원 중 옥산서원(2019년) 등 총 4곳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등재되어 있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계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다.
이번 축전은 ‘천년의 빛, 세대의 공존’을 주제로 통일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특히 올해는 불국사와 석굴암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황룡사 부활의 꿈, 드론과 뮤지컬로 재현
개막식은 경주 대릉원 동편 쪽샘지구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오후 5시 50분부터 시작된 대동제 길놀이에서는 신라고취대의 고증 공연을 시작으로, 경상북도 무형문화유산인 ‘청도 차산농악’과 ‘영덕 월월이청청’이 차례로 합류해 웅장한 연주와 흥겨운 가락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연출했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는 주제공연 ‘황룡, 다시 날다’다. 서기 553년 황룡사 창건부터 선덕여왕의 즉위, 구층목탑 건립, 황룡의 승천까지 6막에 걸쳐 신라 천년의 정신을 웅장한 무대미술과 드라마틱한 연출로 되살렸다.대미를 장식한 것은 1,000대 드론이 펼치는 라이트쇼다. 황룡과 황룡사 구층목탑, 장륙존상 등을 밤하늘에 구현하며 관람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삼국유사 속 신라 팔관회의 현대적 부활
13일과 14일 오후 7시에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기록을 바탕으로 통일신라시대 국가 행사였던 ‘신라 팔관회’를 현대적 공연예술과 접목해 재현한다. 천년 전 신라인들의 축제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이번 축전의 가장 큰 매력은 평소 일반인의 접근이 제한된 특별한 공간에서의 체험 프로그램이다. ‘석굴암 내부 명상 체험 ‘석굴암에서 나를 찾다’는 추첨을 거친 참가자들만이 석굴암 내부에서 명상과 참배를 진행할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이다.
신라 천년의 기원이 담긴 성스러운 공간에서의 명상은 그 자체로 영적 체험이 될 것이다. ‘빛으로 쓰는 이야기 IN 불국사’에서는 평소 출입이 금지된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 위를 직접 밟아볼 수 있다. 청운교 16단, 백운교 18단, 총 34단의 계단을 오르며 속세에서 부처의 세계로 가는 상징적 여행을 체험하게 된다.
경주 전역이 무대가 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
축전은 석굴암, 불국사, 경주 남산, 월성, 대릉원, 황룡사, 첨성대, 양동마을, 옥산서원까지 경주 전역의 세계유산을 무대로 펼쳐진다. 첨성대에서 펼쳐지는 ‘선덕여왕의 별애별일”은 천문대 첨성대에서 별자리를 관측하며 선덕여왕의 지혜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이다. ‘양동마을의 ‘야별행·독락당 고택밤마실’에서는 조선시대 전통 고택에서의 은은한 밤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분황사 음악회는 달빛과 별빛, 사람이 함께하는 감성적 공연으로, 고즈넉한 유적지가 화려한 무대로 변신한다. ‘신 쿠쉬나메’ 공연에서는 신라 향가와 처용무에 페르시아 서사를 더한 독특한 융합 공연을 선보인다. ‘아, 신라의 밤이여’는 신라 김알지 탄생 설화를 따라 걷는 스토리텔링 투어다. 계림에서 시작되는 이 투어는 참가자들을 천년 전 신라의 신비로운 이야기 속으로 안내한다.
APEC 정상회의 앞두고 세계적 주목
이번 축전은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한 달여 앞두고 열려 국제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주시는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유산을 매개로 문화외교의 장을 넓히고, 글로벌 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세계유산축전은 국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 의미를 공유하는 국가유산청의 대표 활용 사업이다.
2020년 시범 시행 이후 한국의 서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백제역사유적지구, 수원화성, 안동, 영주, 경주, 순천 등에서 축전이 진행되며 누적 방문객 약 195만 명을 기록했다.올해는 제주(7월 422일)를 시작으로 경주(9월 12일10월 3일), 순천(9월 12일10월 3일), 고창(10월 222일)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된다.이번 축전은 대표 프로그램 ‘황룡, 다시 날다’를 포함해 총 22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연, 학술, 체험, 디지털 콘텐츠 등 다채로운 몰입형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한다. 축전에서는 보존의 영역에 머물던 유산을 공연, 전시, 체험,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해 ‘살아있는 문화’로 선보인다. 전통과 현대 기술의 만남으로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창조해내고 있다.
천년고도의 문화적 깊이를 세계와 나누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세계유산축전 경주역사유적지구는 천년고도의 문화적 깊이를 세계와 나누는 축제의 장”이라며 “경주 단독으로 열리는 첫 세계유산축전을 통해 관람객들이 경주의 세계유산을 직접 체험하고, 가을의 경주를 특별하게 기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안태욱 총감독과 이제형 감독은 “‘황룡, 다시 날다’는 신라 황룡사의 웅대한 서사를 오늘날 무대에서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작업”이라며 “유산의 역사성과 상징을 현대적인 예술 언어로 풀어내 관람객이 과거와 현재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천년 신라의 영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번 축전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우리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석굴암 내부 명상, 불국사 청운교·백운교 체험 등 특별 프로그램은 사전 예약이 필요하므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경주시는 축전을 위해 공식 홈페이지(https://gjwhf.kr/)를 정식 오픈했다. PC와 모바일 최적화는 물론 다국어 지원 기능을 추가해 해외 관람객의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홈페이지에서는 축전 소개, 프로그램, 축전 현장, 커뮤니티 등 주요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며, 관람형·체험형·투어형으로 구분된 프로그램을 키워드별, 날짜별로 검색할 수 있다.세부 일정과 프로그램은 공식 홈페이지(https://gjwhf.kr/)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