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가 기도가 되는 순간 — 선불교 승려이자 라이브 루핑 아티스트 요게츠 아카사카, 하회 2026에서 만난다

사진 : Yogetsu Akasaka 인스타그램
사진 : Yogetsu Akasaka 인스타그램

승복을 입은 사운드 아티스트, 요게츠 아카사카

그를 처음 만난 것은 부산 해양대학교에서 열렸던 '해양치유명상페스티벌'에서였다.

삭발한 머리에 단아한 승복을 입은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는 순식간에 관중들을 사로잡았다.

몽환적인 선율에 맞춰 읖조리는 반야심경과 만트라는 사람들을 깊이 빠져들게 했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잠시 눈을 비빌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가 루프 스테이션 앞에 서서 첫 음을 내뱉는 순간, 그 의문은 금세 경이로움으로 바뀐다.

요게츠 아카사카(赤坂陽月, Yogetsu Akasaka)는 일본 도쿄 출신의 선불교 승려이자 라이브 루핑 아티스트, 그리고 명상 음악가다. 그는 핸드팬의 몽환적인 선율, 리듬감 넘치는 비트박스, 불교 만트라(진언)를 하나의 즉흥 퍼포먼스로 엮어내며 '사운드 만다라(Sound-Mandala)'라는 독자적인 음악 장르를 개척해왔다.


아버지를 따라 출가한 비트박서

요게츠는 원래 비트박서였다. 2005년 런던과 시드니 거리에서 버스킹을 시작한 그는 오롯이 목소리와 리듬으로 세상과 소통했다. 전환점은 아버지로부터 왔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아버지가 홀연히 승려의 길을 택하고 이와테현(岩手県)에서 주지 스님이 됐을 때, 요게츠는 깊은 감화를 받았다. 그리고 2015년, 그 역시 출가를 결심했다.

출가 이후 요게츠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수행의 언어로 녹여냈다. 샌프란시스코 선 센터에서 수행을 이어가며 보스(BOSS) RC-505 루프 머신으로 불경의 소리를 켜켜이 쌓는 '사운드 만다라'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그의 음악은 '이 순간을 평생 단 한 번뿐인 소중한 경험으로 여긴다'는 선(禪) 철학, 이른바 '이치고이치에(一期一会)'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진 출처 : 요게츠 인스타그램
사진 출처 : 요게츠 인스타그램

반야심경 비트박스 리믹스, 전 세계를 울리다

2020년 팬데믹이 세상을 멈춰 세웠을 때, 요게츠는 오히려 더 멀리 닿았다. 그가 공개한 〈Heart Sutra Beatbox Remix〉는 유튜브를 통해 수백만 뷰를 기록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불교 대승 경전인 반야심경을 루프 스테이션으로 층층이 쌓아올린 이 영상은 종교를 초월해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위로와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이후 그의 행보는 더욱 넓어졌다. 태국 원더프루트(Wonderfruit), 영국 샴발라(Shambala), 체코 오스트라바의 컬러스 오브 오스트라바(Colours of Ostrava), 그리고 2023·2024년 미국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 공식 아티스트로 초청됐다. SXSW에서는 NASA 기조연설 무대에 서서 청중을 '내면의 우주 여행'으로 안내하기도 했다.


하회 2026 리추얼 템플에서 펼쳐지는 소리의 리추얼

올 여름, 그 경이로운 현장이 한국에 온다.

요게츠 아카사카는 하회 페스티벌 2026(HAHOE FESTIVAL 2026)리추얼 템플(Ritual Temple) 무대에 오른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온 하회탈과 리추얼의 땅, 그 깊은 장소성 위에서 그의 라이브 루핑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리추얼 템플에서 그는 소리와 호흡이 하나의 의식(儀式)으로 작동하는 체험을 선보인다. 관객은 수동적인 청중이 아니라, 그 소리의 만다라 속으로 직접 초대되는 참여자가 된다. 핸드팬의 떨림, 만트라의 울림, 그리고 겹겹이 쌓이는 루핑의 레이어 속에서 내면의 고요를 마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소리가 기도가 되고, 숨이 명상이 되는 순간. 하회에서 그 순간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한국의 전통이 숨쉬는 안동에서 펼쳐질 요게츠의 만트라가 기대된다.


프로그램: 리추얼 템플 (Ritual Temple) — 요게츠 아카사카 라이브 루핑 퍼포먼스

자세한 일정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