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소개]설거지도, 지하철도, 숨 쉬는 것도 명상 — 『일상이 명상이다』

일상이 명상이다 책 표지 이미지
일상이 명상이다 책 표지 이미지

명상이 '거기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명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고요한 산사, 반가부좌를 튼 수행자, 혹은 눈을 감고 흔들리지 않는 누군가의 뒷모습. 많은 사람에게 명상은 여전히 '저 멀리 있는 것'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특별한 공간으로 이동해야만 닿을 수 있는 무언가.

그런데 한 권의 책이 조용히 묻는다. "명상이 이미 당신 곁에 있다면요?"

『일상이 명상이다』는 그 물음을 담담하게 건네는 책이다. 화려한 선언도, 거창한 수행 이론도 없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서 명상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23년을 아이들과 명상한 교사가 쓴 책

저자 신계숙은 2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재직 기간 내내 아이들과 함께 명상 수업을 해 온 사람이기도 하다. 지금은 인천 계산동에서 〈들꽃향기 명상 심리상담연구소〉를 운영하며 명상과 상담을 접목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책을 쓴 이유는 단순하다. 명상이 어렵고 딱딱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믿음. 오히려 따뜻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확신. 힘겹게 느껴지던 고난의 시간을 지금은 "축복"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 것도, 명상이 그의 삶 안에 조용히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상담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걸어온 삶의 결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읽는 내내 설교가 아니라 고백처럼 느껴진다.

"멈춤"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잠시 멈춘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나를 비우는 시간이다. 비운다는 것은 버리는 일이 아니다. 공간을 넓히는 일이다.

이 몇 줄이 마음에 오래 머물렀다. 우리는 늘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뒤처질 것 같고, 게을러 보일 것 같고, 무언가를 놓칠 것 같아서.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멈춤은 비움이고, 비움은 공간을 넓히는 일이라고. 멈추고 비울 때, 삶이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다고.

1장 '멈춤'에서는 명상의 기본 개념부터 호흡 명상, 걷기 명상까지 가장 부드러운 입구를 안내한다. 명상이 처음인 사람도 겁먹지 않도록,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알아차림, 진짜 나를 만나는 방법

책의 2장은 '알아차림'을 다룬다. 명상의 핵심이자, 가장 오래 곱씹게 되는 개념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의 생각 조각은 1초에 무려 1,200번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너무 빨라서 인지하기도 전에 흘러가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몸에 마음이 함께 머무는 상태, 그것이 바로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알아차림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다. 지금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지금 내가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아는 것. 그 순간 한 발짝 물러서서 나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감정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바라보는 사람이 된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서라'는 챕터가 특히 인상적이다. 길을 걷다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순간, 스마트폰을 꺼내는 대신 그냥 멈춰 서 있어 보라는 것이다. 그 30초가 명상이 된다.

설거지도, 지하철도, 이 닦기도 명상이다

이 책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은 3장이다. 제목만 봐도 미소가 지어진다.

귤 속의 우주 (먹기 명상)

설거지를 위한 설거지 (설거지 명상)

지하철을 타면 명상하라 (지하철 명상)

처음처럼 낯설게 보기 (이 닦기 명상)

파도 소리에 마음을 눕히다 (수면 명상)

명상이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일정'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일상' 안에 있다는 것을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목차가 있을까. 귤 한 조각을 천천히 먹으면서 향과 맛과 질감을 온전히 느끼는 것, 설거지를 하면서 손에 닿는 물의 온도를 그냥 경험하는 것. 그것이 명상이다.

연민, 나에게 먼저 따뜻해지는 연습

4장 '연민'은 이 책에서 가장 조용하고 깊은 챕터다. 우리는 종종 타인에게는 친절하면서 자신에게는 혹독하다. 저자는 말한다. 명상은 결국 나에게 먼저 따뜻해지는 일이라고.

자비 명상, 사랑해 손 명상, 애도 명상까지. 상처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만히 바라보며 안아주는 법을 배우는 장이다. 상담 박사 과정을 마치고 명상과 심리상담을 함께 가르쳐 온 저자의 깊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꽃은 마지막 날처럼 오늘을 산다"

책 중반에 실린 이 시 한 편이 오래도록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꽃은 마지막 날처럼 오늘을 산다.

오늘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걸은 이 길은 오늘의 길이다

피는 꽃 앞에 멈춰서라

지는 꽃 앞에 멈춰서라

명상은 결국 '지금'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이미 지나간 어제를 붙들거나,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을 흘려보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용히 말을 건넨다. 지금 여기,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명상이 처음인 당신에게 권하는 한 권

『일상이 명상이다』는 명상을 이미 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명상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에게도 똑같이 열려 있는 책이다. 이론서가 아니다. 함께 앉아 숨을 고르는 사람의 이야기다.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어디서부터 쉬어야 할지 모르겠을 때, 이 책을 천천히 읽어보길 권한다. 페이지를 넘기는 그 시간 자체가 이미 명상이 되어 있을 것이다.

삶의 과정 하나하나가 명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