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0세대에게 '힙한 거리'로 알려진 해방촌 초입에 들어서면 주변과는 사뭇 다른 세련하고 모던한 느낌의 건물이 있다. 건물 앞쪽에 '사유'라는 이름의 까페 역시 최근 웰니스의 붐을 타고 젊은이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건물 옆으로 돌아가면 멤버들만 출입하는 비밀스런 입구가 나타난다. 바로 리더들을 위한 명상 소사이어티 '센터원'이다.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이미 명상이 시작된다. 센터원이 위치한 3층까지 이어진 '마음계단'을 오르는 내내 의미심장한 질문과 문구들이 심장을 파고든다. 3층 명상 소사이어티 '센터원'에 들어서면 수천년 전 중국 토기 조각들이 반겨준다. 공간을 둘러보고 있으면 내부인테리어부터 소품 하나하나까지도 뭐 하나 대충이 없다. 인테리어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구입한 것이 아닌, 이 공간을 기획한 사람이 오랜 시간 수집하여 자신의 시간과 애정을 넣은 에너지의 총합이 공간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공간을 찾은 이들이 명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철저히 기획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범상치 않은 공간을 만든 사람은 어떤 시간을 살아왔을까.
센터원 명상센터의 설립자이자 캐럿글로벌 의장인 노상충 대표는 자신을 '사업가가 되기 이전에 명상가이자 수행자였다'고 소개했다. 15세에 처음 명상을 만난 이후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행을 이어왔고, 30세에 두 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회사를 26년 동안 성장시켜 현재는 200여 명이 함께하는, 연매출 6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역량교육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50세에 현장에서 물러나 이후의 삶을 '리더들의 의식 진전'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유, 그리고 그가 던진 두 가지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던 이유를 따라가 본다.

Q. 명상을 15세에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나이에 명상을 하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누가 인도해 주었나요?
"누가 가르쳐준 게 아니다. 그냥 어느 날 명상이라는 세계가 나에게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런 신호가 가지만 잘 들리지 않을 뿐이다. 나는 어렸을 때 그게 들렸다. 우연히 접하게 된 '마음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후 단학으로 시작해 호흡명상을 수행했다. 단전호흡이 가장 기본이다. 몸이 아파서 시작한 것도, 누가 시켜서 한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나는 누구인가, 왜 이렇게 존재하는가'라는 화두가 일찍 잡혔다.
스승이 누구냐고 물으면 자연이라고 답한다. 화두를 잡고 있으면 통찰은 자연에서 거의 다 왔다.이후 20대에 단학을 비롯해 인도 전통 명상을 두루 경험했고, 자신이 해 온 방법이 곧 선(禪)이었다는 사실은 한참 뒤 불교 박사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
노상충대표는 성균관대에서 심리학 박사를 받았고, 일산 백병원 임상감정 인지기능 연구소에서 뇌파를 이용한 뇌과학 연구를 했다. 그 후엔 동국대에서 불교학을 공부했다. 뇌과학 분야의 브레인 리서치까지 이어진 그의 학문적 여정은 '인간의 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였다.
Q. 시간을 다투는 사업가에게 명상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요?
사업을 해본 사람은 안다. 명상과 사업은 따로 가는 게 아니다. 사업은 매 순간 결정의 연속이기에 통찰력이 없으면 길을 잃는다. 명상을 하면 잘 보인다. 그래서 명상을 하는 거다. 사업과 명상은 따로 가지 않는다
캐럿글로벌은 26년간 600여 기업과 기관에 글로벌 역량 강화와 리더십 교육, 컨설팅을 제공해 온 기업이다. 노 대표는 50세 이전에 경영을 후배 대표들에게 위임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업 일선에서 비켜선 이유는 자신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명상형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삶의 소명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지난 26년간 사업의 순간마다 명상으로 해답을 찾아온 경험을 모은 책 '명상에서 찾은 경영의 길'은 코칭 1세대 김범진 코치와 함께 펴낸 결과물이자 그의 삶의 소명을 담은 책이기도 하다.
리더의 둥지를 짓다, 명상소사이어티 센터원
Q. 센터원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기술의 변화 속도가 가늠이 안 되는 시대다. 많은 리더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세상과 싸우는 근력이 있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삶이 평화롭지는 않다. 매일이 전쟁이다. 이 시대를 끌고 가는 사람들의 의식이 고양되는 것, 그게 너무 중요하다고 봤다.
Q. 명상센터를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은데, 센터원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기존 명상센터는 종교 색이 짙거나, 작은 동네 학원처럼 운영되는 곳이 많다. 센터원은 리더들이 언제든 와서 마음을 쉴 수 있는 'HOME' 같은 공간을 지향한다. 미션은 분명하다. 리더들의 고요, 통찰, 의식 진전이다. 명상 워크숍을 가보면 대부분 여성 참가자인데, 센터원에는 남성 CEO들과 임원들이 많이 온다. 50대 남성 리더들이 갈 곳이 없었는데, 이곳에 와서 자기 자리를 찾는다. 그게 가장 뿌듯하다.
공간 하나하나를 노 대표가 직접 기획했다. 방향을 고르는 일부터 부지를 매입하고 골격만 남긴 채 다시 건물을 짓는 과정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거실에 놓인 고대 조각들은 그가 오랜 시간 모아온 수집품이다. "고대 유물의 조각은 표현이 자유롭고 심상이 깊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마음이 확 느껴진다"는 그의 말은 센터원이라는 공간이 왜 그렇게 차분한지를 설명해 준다.
정과 혜, 두 바퀴로 굴러가는 프로그램
센터원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은 두 갈래로 짜여 있다. '고요의 바다'는 정(定)으로 들어가는 길, '통찰의 길'은 혜(慧)로 가는 길이다. 정혜쌍수(定慧雙修),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불교 수행 전통을 현대 리더의 삶에 옮겨놓은 설계다.
Q. 두 프로그램은 어떻게 다른가요.
고요의 바다는 자세 잡는 법부터 시작해 깊은 고요로 들어가는 정의 길이다. 통찰의 길은 지혜를 바로 화두로 잡고 들어가는 길이다. 토요일 오전 3시간씩 다섯 번에 걸쳐 진행한다. 정이 전제되지 않으면 혜는 없다. 알아만 보는 데 그친다. 두 가지가 함께 가야 명상이 삶이 된다.
노 대표는 멤버십 운영에서도 통념을 따르지 않았다. 원래 250만 원이었던 멤버십을 '웰컴 멤버' 제도로 전환해 사실상 무료로 풀었다. 데일리 명상과 토요일 열린 강좌도 전부 무료다. 유일하게 비용을 받는 프로그램은 시그니처 과정인 '고요의 바다'와 '통찰의 길' 뿐이다.

Q. 무료로 푼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비용이 마음의 장벽이 되는 것을 보고, 여기서부터 벌면 안 되겠다고 판단했다. 회사 경영 비용은 캐럿글로벌의 B2B 사업으로 충당하고 무료로 풀자고 임원들을 설득했다. 대신 멤버는 추천제로 운영한다. 멤버가 멤버를 추천하거나, 직접 상담을 받고 들어오는 구조다.
Q. 캐럿글로벌과 센터원의 비전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요?
캐럿은 26년간 글로벌 역량과 리더십 교육으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새 문명이 도래하는 지금, 캐럿의 또 다른 미션은 리더들의 의식을 진전시켜 더 나은 일터,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의식이 진전된 리더는 개인으로서 명료하고 충만한 삶을 살고, 사회적으로는 좋은 일터와 성공적인 기업의 주인이 된다. 이제 돈만 벌어서는 되지 않는 시대다. 통찰이 있어야 앞을 본다. 특히 젊은 CEO들과 회사 리더들은 자신의 마음을 보고 다룰 줄 아는 역량이 정말 중요하다. 이제는 회사는 대표들에게 맡겨두고 센터원에서 '명상형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노상충 대표가 던진 '리더에게 필요한 두가지'
"선택할 필요가 없는 삶'
인터뷰가 한 시간을 넘겨 갈 무렵, 노 대표는 이런 말을 던졌다.
"명상하는 리더는 사업을 성공시킬 확률이 높다. 의식이 올라가면 불편한 일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자가 "매 순간 선택을 객관적으로 잘 할 수 있다는 뜻이냐"고 되물었을 때, 그가 한 답이 인터뷰의 핵심을 단숨에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지 않게 하는 것이다. 뭘 선택할 게 없다.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오류다. 그냥 흘러가듯 하고 있어야 하는 거다."
"매일 재생하는 삶"(Rebirth)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윤회를 죽고나서 다시 태어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윤회는 죽고나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같은 고통이 반복되는 것'이다. 어제의 업이 오늘 그대로 반복되지 않도록 끊어내는 일, 매일 다시 태어나는 재생(rebirth)이 '진짜 고통의 윤회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
리더십을 다룬 수많은 글에서 우리는 '의사결정의 기술', '판단력 향상' 같은 표현을 만나 왔다. 매 순간 정확한 선택을 내리는 사람이 좋은 리더라는 전제 위에서 쓰여진 말들이다. 노 대표의 한마디는 그 전제를 뿌리부터 흔든다. 명상이 단련하는 것은 더 정확한 선택의 근육이 아니라, 애초에 선택할 일을 만들지 않는 삶의 결이라는 이야기다.
그동안 생각해 왔던 '리더를 위한 명상'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말이었다. 그가 살아낸 40년의 수행과 26년의 사업이 응축된 말이어서 더욱 힘이 느껴졌다. 명상이 왜 지금 시대의 리더에게 필수인지, 그가 왜 한남동 해방촌 골목에 이 공간을 지었는지를 설명하는 데 충분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센터원을 나서며 그가 던진 두가지가 다시 떠올랐다. 선택할 일을 만들지 않는 삶, 매일 윤회하는 삶. 이것이 모든 리더들에게 가장 바라는 것,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