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PC가 손안의 일상이 된 시대에 게임은 가장 가까운 도피처가 됐다. 특히 부모의 울타리를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대학생에게 게임은 학업과 진로의 압박을 잠시 잊게 하는 손쉬운 탈출구다. 문제는 그 짧은 위안이 반복될수록 스스로를 통제하기 어려운 상태로 굳어진다는 데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약물 없이 끊어낼 방법을 찾아냈다.
학업 스트레스가 밀어넣는 '게임 도피'
성균관대학교는 윤성민 사회복지학과 교수 연구팀이 대학생의 인터넷 게임 장애를 완화하는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G)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고 10일 밝혔다. 인터넷 게임 장애는 일상과 학업에 지장을 줄 만큼 게임에 몰입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독립이 주는 해방감과 미래를 향한 불안이 뒤섞이는 대학 시기에는 쌓인 스트레스를 게임으로 풀려다 중독의 문턱을 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임 장애가 개인의 취향을 넘어 청년층의 삶을 흔드는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억누르는 대신 바라보게 하는 훈련
마음챙김 인지치료는 본래 우울증 치료 현장에서 재발을 막는 데 효과를 보여온 심리 기법이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게임 장애의 특성에 맞게 새롭게 다듬었다. 핵심은 게임을 향한 충동이 밀려올 때 그 마음을 억지로 누르는 대신 한 걸음 물러서서 감정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데 있다. 여기에 왜곡된 생각의 틀을 건강하게 바꾸는 인지치료를 더했다. 참여 학생들은 8주 동안 매주 명상 세션을 거치며 컴퓨터 앞을 떠나 몸을 움직이는 대안 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했다.
8주 뒤 46명에게 돌아온 자기통제력
연구팀은 게임 장애 위험이 높은 대학생 46명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했다. 8주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게임 중독 증상이 크게 줄었고 그 뿌리에 있던 스트레스와 불안 역시 함께 가라앉았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게임의 유혹을 누구의 강요도 없이 스스로 이겨내는 자기통제력이 뚜렷하게 강해졌다는 점이다. 이 효과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유지돼 일시적 반응이 아닌 지속적인 변화임이 확인됐다. 자극을 억누르는 방식이 아니라 마음을 다루는 힘을 키우는 접근이 게임 중독 치료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준 결과다.
학교 상담 현장으로 이어질 가능성
윤성민 교수는 학업과 미래에 대한 부담으로 충동적으로 게임에 몰두하는 악순환을 학생 스스로 끊어내도록 돕는 심리 개입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상담센터나 지역사회 보건 기관으로 프로그램이 퍼진다면 청년층의 정신 건강과 일상 회복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는 윤성민 교수와 함께 김민아 사회복지학과 교수, 오하영 소프트웨어융합대학 교수, 박예휘 박사과정생이 참여했다. 연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 기반 디지털 치료제 기술 개발 연구비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내 디지털 치료제 연구의 폭을 넓힌 사례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