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좌판에 기대어 깜빡 잠든 할머니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낯익은 풍경이다. 그 짧은 낮잠 속에 어떤 세월이 흐르고 있을지 가끔은 궁금해진다.
올가을 서울 구로재래시장에서는 그 꿈속을 함께 걸어볼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영화 〈인턴〉의 음악에 참여한 음악 창작 그룹 마고사운드(MAGO SOUND)가 거리 퍼레이드 인형극 〈복을 나눠주는 가단씨〉의 음악감독과 작곡을 맡았다. 공연은 10월 24일과 25일 이틀 동안 네 차례 열리고 관람료는 무료다.
마고사운드, 영화 인턴 음악에서 거리 공연 음악감독으로
마고사운드는 보컬 마고, 핸드팬 시온, 신디사이저 송수정, 퍼커션 조정욱이 함께하는 팀이다. 음악을 중심에 두고 명상과 움직임, 공간을 잇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보컬 마고는 2003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 OST 〈예감〉을 부른 목소리로 대중과 처음 만났다. 올해는 마고사운드와 함께 한국판 〈인턴〉의 음악에 참여하며 20여 년 만에 영화음악으로 돌아왔다. 김도영 감독이 연출하고 최민식과 한소희가 주연한 이 영화는 9월 16일 개봉했다. 스크린에 흐르던 소리가 한 달여 만에 시장 골목으로 걸어 나오는 셈이다.
구로재래시장이 무대가 되는 복을 나눠주는 가단씨
할머니 가단씨와 반려견 뽀삐의 꿈속 여정
〈복을 나눠주는 가단씨〉는 성균관대학교 RISE사업단과 한국인형극협회가 주최하고 창작 인형극 단체 상상구락부(Imagine Club)가 제작하는 지역 문화예술 프로젝트다. 이야기는 시장 좌판에서 잠든 할머니 가단씨와 반려견 뽀삐의 꿈에서 출발한다.
어린 시절의 놀이와 아름다웠던 순간, 흘러간 세월의 기억이 빛바랜 앨범을 한 장씩 들춰 보듯 차례로 펼쳐진다. 긴 꿈에서 깨어난 가단씨가 사람들에게 복을 나눠주면서 공연은 끝을 맺는다. 영웅도 큰 사건도 나오지 않는다. 우리 곁 어디에나 있을 한 사람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본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을 끈다.
객석 없이 함께 걷는 참여형 거리극
정해진 무대와 객석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형 인형과 배우, 관객이 시장 골목을 함께 이동하고 관객은 놀이와 퍼레이드에 자연스럽게 섞여 든다. 상인과 손님이 오가는 일상의 풍경이 그대로 공연의 한 장면이 된다.
제작을 맡은 상상구락부는 대형 인형 제작과 퍼펫티어링을 바탕으로 활동해 온 단체다. 창작 넌버벌 인형극 〈어린 도비와 흰소〉를 비롯해 극장 밖 일상 공간에서 관객을 만나는 거리 퍼레이드와 참여형 예술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대사 없는 인형극, 음악이 이야기꾼이 되다
이 작품에는 대사가 없다. 인형의 움직임과 이미지, 음악이 말을 대신한다. 마고사운드는 가단씨의 어린 시절과 기억, 꿈과 현실의 경계를 음악으로 잇고 장면 전환과 관객의 이동, 퍼레이드의 리듬에 맞춰 작품 전체의 호흡을 설계한다고 밝혔다. 음악이 인형을 따라가는 장면이 있고, 음악이 먼저 감정의 방향을 여는 장면도 있다.
마고사운드 마고 대표는 대사가 없는 만큼 음악이 전해야 할 것이 많지만 "너무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가단씨의 기억과 인형의 움직임 사이에 음악이 머물고, 그 여백 안에서 관객이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만나기를 바란다는 설명이다.
말을 아끼는 음악이라는 대목에서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소리와 소리 사이의 빈자리를 귀하게 여기는 태도는 명상이 일러주는 것과도 닮았다.
웰니스 음악과 사일런트 라이브가 쌓아온 감각
이번 작업은 마고사운드가 걸어온 길과 맞닿아 있다. 이들은 관객이 무선 헤드폰을 쓰고 실시간 연주를 듣는 사일런트 라이브(Silent Live)를 명상과 웰니스 음악에 접목해 왔다. 같은 공간에 모여 있어도 저마다 자기 안쪽을 향하게 하는 공연이다.
음악과 공간, 관객의 감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탐구해 온 시간이 이번에는 시장이라는 생활 공간으로 옮겨 간다. 헤드폰 속 고요에서 다듬어진 소리가 좌판과 골목의 활기 속에서 어떤 결로 들릴지 궁금하다.
일상 가까이에서 만나는 힐링 공연
멀리 떠나야만 쉼을 얻는 것은 아니다. 장을 보러 나선 길에 인형의 걸음을 따라 걷고 낯선 이웃과 같은 음악을 듣는 시간도 위로가 될 수 있다.
가단씨가 건네는 복은 거창한 선물이 아닐 것이다. 잊고 지낸 할머니의 얼굴, 어린 날 뛰놀던 골목 같은 기억 한 조각이면 족하다. 10월의 넷째 주말, 구로재래시장에서 그 복을 받아 가도 좋겠다.
공연 정보
항목 | 내용 |
|---|---|
공연명 | 거리 퍼레이드 인형극 〈복을 나눠주는 가단씨〉 |
일시 | 2026년 10월 24일(토) 낮 12시, 오후 2시 / 10월 25일(일) 오후 2시, 오후 4시 (총 4회) |
장소 | 서울 구로재래시장 내 |
형식 | 대사 없는 참여형 거리 퍼레이드 인형극 |
관람료 | 무료 |
음악감독 및 작곡 | 마고사운드(MAGO SOUND) |
제작 | 상상구락부(Imagine Club) |
주최 | 성균관대학교 RISE사업단, 한국인형극협회 |
문의 | 상상구락부 안재민 대표 (Imagineclub@naver.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