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9일 토요일 정오, 연희동 골목 끝자락의 연남장 앞에는 오렌지빛 포스터 하나가 햇살을 머금고 서 있었다. 2026 연희요가위크의 마지막 날을 알리는 표지였다. 3주 동안 연희동 일대를 요가와 명상, 웰니스의 색으로 물들인 페스티벌이 막을 내리는 자리.
그 피날레를 장식한 무대가 한국 최초 명상음악밴드 마고사운드(MAGO SOUND)의 사일런트 소울무브 공연이었다.
연남장 입구에서는 스탭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천연조향 브랜드 칼레트(KALETTE)의 선물을 건넸다. 흰 종이백에 보라색 새틴 리본을 묶은 레진 핸드 디퓨저, 이름은 ‘아침 11시’. 늦봄의 햇살이 향으로 응축된 듯한 이름이었다.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손끝에는 한낮의 평온이 머물러 있었다.

햇살 가득한 연남장에서 가슴 깊이 퍼져 나간 만트라
연남장은 오래된 유리 공장을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높은 천장의 샹들리에가 한낮의 자연광과 어우러져 무대를 부드럽게 감쌌다. 그 아래로 핸드팬과 키보드, 어쿠스틱 기타, 작은 타악기들이 놓였고 요가매트를 깔고 바닥에 편안히 앉은 관객들이 착용한 사일런트헤드폰에서는 푸른빛이 빛나고 있었다.
낮 12시 공연은 늘 저녁시간대에 공연을 해왔던 마고사운드에게도 처음 시도하는 시간대였다. 마고는 “이렇게 환한 낮 시간에 공연하는 것은 우리도 낯설다”고 솔직히 고백했지만,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은 오히려 만트라 음악의 따스한 결과 자연스럽게 포개졌다.
첫 곡은 ‘He yama yo’였다. 북아메리카 라코타족 언어로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다’는 뜻을 담은 곡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한 마고의 음성과 핸드팬의 금속성 울림이 심장을 두드리는 순간, 헤드폰 안은 바깥세상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되고 오직 연주자의 호흡과 진동만 남았다.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라 몸 전체로 받아들이는 소리였다.

사일런트 디스코에서 출발한 무선 헤드폰 기술이 명상 공연에 옮겨 오면서 새로운 청취 경험이 만들어졌다. 외부 소음이 사라져버린 자리에서는 핸드팬의 진동, 보컬의 미세한 호흡까지 입체적으로 살아났고, 옆 사람의 기척을 의식하지 않으니 귀를 통해 들어온 진동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시간이 더 짧아졌다.
두 번째 곡은 가야트리 만트라 Gayatri Mantra 였다. 베다 문헌에서 가장 신성한 만트라로 꼽히는 곡으로, 지혜와 통찰을 일깨우는 기도로 알려져 있다. 마고는 “마음의 고요함에 머무르며 명상할 때 듣기 좋은 곡”이라고 짧게 소개했다. 핸드팬과 키보드, 보컬이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 내는 진동이 헤드폰을 통해 머리뼈까지 닿는 듯한 감각이 이어졌다.
세 번째 곡 ‘아사토마 Asatoma’는 우파니샤드에서 전해 내려오는 평화의 만트라다. 거짓에서 진실로, 어둠에서 빛으로, 고통에서 평화로 인도해 달라는 오래된 기도. 어둠 속에서 빛으로 이끌어 달라는 노랫말이 빛 가득한 한낮의 공간 안에서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네 번째 곡은 락쉬미 Lakshmi. 풍요와 행운의 여신 락쉬미에게 바치는 만트라였다. 인도 전통에서 락쉬미는 빛과 부,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마고사운드의 락쉬미는 가볍게 흔들리는 멜로디 위로 보컬이 부드럽게 얹히며 객석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
마고사운드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만트라를 노래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동양의 전통 철학과 서양 음악의 감성을 세심하게 엮어 듣는 이가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머물도록 안내한다. 핸드팬과 보컬, 신디사이즈와 타악기들이 정교하게 어우러진 사운드 스케이프는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잠깐의 침묵까지 음악의 일부로 만들었다.

관객과의 대화로 함께 나눈 따스한 에너지
마고사운드의 공연은 연주자가 노래하고 관객은 듣기만 하는 일방향 콘서트가 아니었다. 곡과 곡 사이마다 마고는 마이크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건넸다. “여러분에게 평화란 무엇인가요?” 헤드폰을 잠시 벗은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로 평화를 정의하기 시작했다. 마고는 자신에게 평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라고 먼저 답을 꺼냈고, 한 관객은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자리’라고 답했다. 한 시간 남짓한 공연 안에 서로의 에너지를 주고받는 따스함이 녹아 있었다.
마지막 정규곡은 잔잔한 ‘뱃노래’였다. 뱃노래는 마고사운드만의 흥과 에너지가 담긴 하일라이트 곡이었다. 한낮의 공연장 안에 작은 강물 하나가 흘러가는 듯한 곡이었다. 모든 곡이 다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한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졌다.

옴 라다 크리슈나 나마하, 모두가 하나가 된 앵콜
박수가 길어지자 마고사운드는 앵콜곡으로 ‘옴 라다 크리슈나 나마하’를 꺼냈다. 기쁨과 축복의 만트라로, 라다와 크리슈나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 안의 신성함을 깨우는 진언이다. 마고는 객석을 향해 자리에서 일어나 달라고 청했다. 헤드폰을 쓴 채 함께 일어선 사람들이 “옴 라다 크리슈나 나마하”를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부르기 시작했다.
진동이 객석 전체로 번져 나가는 순간, 사일런트 공연의 고요함이 합창의 충만함으로 바뀌었다. 작게 시작했던 목소리들이 점점 커지며 한 덩어리의 파동이 되었다. 누구는 눈을 감았고 누구는 옆 사람과 미소를 주고받았다. 만트라 특유의 좋은 기운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호응이 가장 뜨거웠던 곡이었다.
방송국을 떠나 요가원을 열고, 연희요가위크에 닿기까지
공연이 마무리될 무렵 연희요가위크를 기획한 준형 님이 무대 한쪽에 섰다. 잘나가던 방송국 일을 그만두고 요가원을 열어 운영하다 연희동의 작은 스튜디오들과 손잡고 페스티벌을 기획하기까지의 여정을 짧게 들려주었다. 익숙한 자리를 내려놓고 새 길을 만든 시간, 마지막 날 마지막 공연을 무사히 마친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났다. 관객석에서도 박수가 길게 이어졌다.
연희요가위크는 4월 20일부터 5월 9일까지 3주에 걸쳐 연희동, 연남동 일대의 요가 스튜디오와 공간들이 연합해 펼친 도심형 웰니스 페스티벌이었다. 요가 클래스부터 사운드 힐링, 명상 프로그램까지 빼곡히 채워진 일정의 마지막을 마고사운드의 만트라 음악이 부드럽게 닫아 주었다.
사일런트무브 공연이 남긴 여운
연남장 밖으로 나오자 5월의 햇살이 한층 더 빛나고 있었지만 몸 안에는 여전히 묵직한 만트라의 진동이 머물러 있었다. 짧은 한 시간 안에 한 사람의 내면을 이렇게까지 흔들어 놓을 수 있는 음악이 있다면, 연희요가위크 같은 웰니스 공연이 앞으로 더 크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차올랐다.
요가와 명상을 몸소 실천하면서 자신들만의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는 잉꼬부부의 만트라음악. 이제 이들의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피어나는 음악은 더이상 영적 수행의 무거운 만트라가 아니다. 누구나 따라부르고 흥겹게 부르면서도 내면의 영혼을 흔들어 깨울 수 있는 만트라음악으로 물결처럼 널리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