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색소폰 연주자 브랜든 최의 신간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 북콘서트 참관후기

봄비가 촉촉히 내리던 26일 저녁, 선정릉 인근에서 가장 고즈넉한 건물에 자리한 최인아책방에서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의 신간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 북콘서트가 열렸다.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자 스타 카피라이터였던 최인아대표가 2016년에 문을 연 독립서점인 최인아 책방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명소이다. 6,000여권의 책이 테마별로 진열되어 있고 큐레이션이 탁월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또한 다양한 강연, 모임, 북토크 등의 행사가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최인아대표가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이 뚜렷하게 보이는 공간이기에 이번 브랜든 최의 신간 북콘서트는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공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 역시 오랜 시간동안 쌓아온 인연으로 인해 이번 북콘서트가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진행은 무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 온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맡았다.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오래전 브랜든 최의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의 목소리는 조용히 관객사이로 스며들었다. 책장 사이로 스며든 조명 아래, 객석은 누군가의 고백을 듣는 듯 조용했다.

소년에서 색소포니스트로, 그리고 멈춤

이야기는 전축 앞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됐다. 고등학교 때 처음 손에 쥔 색소폰은 자기 안의 목소리를 되찾아 준 악기였다. 꽤 공부를 잘했던 그가 그당시 '딴따라'들이나 했던 색소폰을 전공을 하겠다고 선포하자 당연히 반대가 심했다.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입학했던 일, 교회에서의 첫 무대의 실패, 해군 군악대 시절과 미국, 프랑스 유학을 거치며 그는 클래식 색소폰이라는 낯선 길 위에서, 성공한 연주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했던 시간이었다. '인정중독'에 빠져있었던 그는 끊임없이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삶을 절벽끝까지 몰아세웠고 그렇게 미친 스케줄을 소화하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멈추면 사라질 것 같은 기분으로 달리던 어느 날, 2022년 갑상선암 진단이 그를 멈춰 세웠다. 목을 쓰는 연주자에게는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내려놓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그 멈춤 앞에서 "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살고 있는가"를 처음으로 물었다고 했다. 회복의 중심에는 명상이 있었다. 지금도 매일 명상과 새벽 루틴, 달리기로 하루를 연다는 그는 더는 속도에 쫓기지 않고 자신만의 삶의 흐름에 맡기며 살고 있다고 했다. '예전엔 새벽까지 잠을 못이루곤 했는데 이제는 저녁 7시만 되면 잠자리에 들어 잘 준비를 한다'고 하며 환하게 웃었다.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이 건네는 호흡

이날 소개된 신간 '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은 그 멈춤과 회복의 시간을 따라가는 352쪽 분량의 에세이다. 성과와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시대에, 저자는 삶은 속도가 아니라 리듬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더 빨리 증명하라는 사회 앞에서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일이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무너진 몸과 마음을 다시 세운 호흡과 루틴, 몸의 감각을 관찰하는 법은 오래 애써 온 독자에게 다시 숨 쉬어도 된다는 조용한 격려로 다가온다.

북토크가 끝나고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질의응답에서 브랜든최에게 주로 어떤 명상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졌다.

브랜든 최는 김주환 교수가 이끌고 있는 '내면소통'패컬티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내면소통 심화과정에도 참가하여 명상수련을 하고 있다. 그는 '아주 어릴때 엄마가 조건없이 사랑을 아이에게 주듯, 나에게 주는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자비명상을 주로 한다'고 답하였다.

공연 전 짧은 명상을 하는 브랜든최
공연 전 짧은 명상을 하는 브랜든최

그는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명상하듯 살아내려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어느정도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듯 했다.

매 순간 명상에 빠져있는 삶의 태도는 그의 표정과 눈빛, 에너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실제 그의 삶의 모습과 태도는 2026년 4월 8일에 방영되었던 'KBS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그가 연주한 색소폰 두 곡이 남긴 여운

이야기 끝에 피아노 연주와 색소폰이 함께 어우러진 두 곡의 연주가 이어졌다. '갈매기'라는 곡에 이어 앵콜곡으로 'Loving you'라는 곡이었다. 말로 다 전하지 못한 감정이 선율을 타고 객석으로 스며들었다. 가쁘게 차오르던 호흡이 가라앉는 동안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이라는 제목이 그제야 온전히 다가왔다. 무너졌다 다시 일어선 사람의 음악에는 서두름이 없었다. 멈춰 본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고요가 거기 있었다.

삶의 속도를 마음대로 조율할 수 없다면, 현재의 삶을 온전히 즐기고 있지 못하다면 그의 신간을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그의 신간 '조용히 계속하는 사람'은 교보, 영풍 등 각 오프라인 서점 및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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