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첫 5분의 마음챙김, 청소년 90명의 치료에 어떤 차이를 만들었나

청소년 상담실의 첫 몇 분은 어색하다. 학교와 학원을 거쳐 온 아이는 아직 머릿속이 바쁘고, 상담자는 그 마음이 이 방에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연구팀이 바로 이 시간에 주목했다. 매 회기를 짧은 마음챙김으로 시작하면 치료가 달라질까. 무작위 비교시험으로 확인한 결과가 지난 8월 학술지에 실렸고, 대학은 10월 16일 보도자료로 내용을 알렸다.

상담을 시작하기 전 눈을 감고 잠시 호흡에 머무는 청소년. (이미지=AI 생성)
상담을 시작하기 전 눈을 감고 잠시 호흡에 머무는 청소년. (이미지=AI 생성)

우울, 불안, ADHD로 치료받는 11~19세 90명을 셋으로 나눴다

연구는 하이델베르크대 심리치료센터(ZPP)에서 진행됐다. 우울증, 불안장애, ADHD로 외래 인지행동치료를 받는 11~19세 청소년 90명이 참여했고, 무작위로 세 집단에 배정됐다.

첫 번째 집단은 24회기 치료마다 처음 5~10분 동안 마음챙김 연습을 했다. 호흡 연습, 몸 구석구석에 주의를 옮기는 바디스캔, 걸음에 집중하는 걷기 명상이었다. 두 번째 집단은 같은 시간 동안 이완 운동을 했고, 세 번째 집단은 정해진 시작 의식 없이 바로 상담에 들어갔다. 연구팀은 마음챙김을 판단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의 생각과 감정,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정의했다.

증상은 모두 줄었다, 차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집단과 있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세 집단 모두 증상이 줄었다. 마음챙김으로 회기를 시작한 집단은 아무 의식 없이 시작한 집단보다 더 많이 줄었다. 이완 운동 집단과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마음챙김이 이완보다 낫다는 결론은 이번 연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연구 책임자 요하네스 만더 교수는 현장에서 이런 짧은 연습이 이미 쓰이고 있지만 개인 상담에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도 논문에서 다른 변수를 통제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었다.

아이가 느끼는 상담자와의 관계는 달랐다

흥미로운 차이는 치료 관계에서 나왔다. 청소년이 매 회기 평가한 상담자와의 관계는 마음챙김 집단에서 시간이 갈수록 좋아졌고, 시작 의식이 없던 집단에서는 조금 나빠졌다. 이완 집단은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상담자들이 평가한 관계는 세 집단 모두 좋아졌고 집단 사이 차이는 없었다. 같은 상담실에서도 어른과 아이가 느끼는 온도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아동청소년 심리치료 수련과정을 맡고 있는 율리아 칼마르 박사는 짧은 마음챙김 개입을 외래 심리치료에 쉽게 넣을 수 있고 청소년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배에 얹고 숨의 움직임을 느끼는 호흡 연습. (이미지=AI 생성)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배에 얹고 숨의 움직임을 느끼는 호흡 연습. (이미지=AI 생성)

길게 앉지 않아도 되는 명상, 한국 교실과 상담실에서는

이 연구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명상의 길이와 형식에 있다. 청소년에게 30분 넘게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지친다. 연구에서 쓴 연습은 5~10분 안팎이었고, 걷기 명상처럼 몸을 움직이는 방법도 들어 있었다. 이미 받고 있는 치료의 앞부분에 끼워 넣는 방식이라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부담이 적다.

정보와 자극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한국 청소년에게도 상담이나 수업을 시작하기 전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은 낯설지 않게 들여올 수 있는 습관이다. 결과를 있는 그대로 읽는 태도도 필요하다. 마음챙김과 이완 운동 사이에 차이가 없었다는 것은, 아이에게 맞는 방식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가만히 호흡을 보는 것이 편한 아이도, 근육을 풀며 긴장을 내려놓는 것이 편한 아이도 있다. 이번 연구는 치료를 대신하는 방법이 아니라 전문 치료 안에서 함께 쓰인 연습이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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