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VIP 프리미엄 템플스테이 '신세계 미식예찬' 성료

신세계백화점 제공
신세계백화점 제공

새벽안개가 내장산 자락을 천천히 덮어 내릴 무렵, 백양사 우화루에는 명품 쇼핑백 대신 찻잔이 놓였다. 5월의 끝자락, 전남 장성의 산사로 향한 이들은 한정판을 가장 먼저 받아보던 백화점의 우수고객(VIP)이었다. 그날 그들이 손에 쥔 것은 핸드백도 갤러리 초대권도 아니었다. 산문 안에서 보내는 하룻밤의 고요, 그리고 정갈하게 차려진 사찰음식 한 상이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5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간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마련한 프리미엄 템플스테이 '신세계 미식예찬'을 성황리에 마쳤다. 명품 매장의 화려함을 잠시 내려놓고 미식과 명상, 사찰문화 체험을 하나로 엮은 웰니스 콘텐츠다. 쇼핑을 넘어선 경험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가 백화점 안팎에서 나온다.

흥미로운 건 이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사실이다. 명품을 가장 잘 파는 공간이 이제는 '비움'을 권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이 산사로 고객을 데려간 이 작은 사건은, 리테일의 언어가 소비에서 회복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조용히 일러준다.

백화점이 고객을 산사로 데려간 이유

백화점 VIP 마케팅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한정판 선구매와 라운지 혜택으로 대표되던 충성 고객 관리가 경험과 문화, 웰니스 쪽으로 기우는 흐름이다. 물질적 소비가 미처 채우지 못하는 자리를 정신적 휴식이 메우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백화점의 핵심 고객 전략이 물건을 사는 일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로, 소유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본다.

신세계백화점은 이번 프로그램을 묵을 곳만 내어주는 숙박형 템플스테이로 기획하지 않았다. 미식과 휴식, 사찰문화 체험을 한 줄기로 꿰어 낸 프리미엄 큐레이션 콘텐츠로 설계했다. 여정의 결을 흩트리지 않으려는 손길은 디테일에서 드러난다. 프리미엄 여행 플랫폼 '비아 신세계'와 손잡고 이동부터 숙박, 식사, 프로그램 운영까지 전 일정을 프라이빗하게 짰다. 전용 차량 이동 서비스로 문 앞에서 산문 앞까지 이어 주었고, 사찰을 단독으로 대관했으며, 2인 1실로 객실을 운영해 고요를 방해받지 않도록 배려했다.

명품 소비의 정점에 있는 고객일수록 정작 갈증을 느끼는 대상은 '느린 시간'이라는 통찰이 이 기획의 바탕에 깔려 있다. 가장 화려한 것을 누려 본 사람에게 가장 귀한 선물은,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되는 하루였다.

'셰프의 테이블'이 세계에 알린 맛, 정관스님

이번 여정의 중심에는 사찰음식의 대가 정관스님이 있었다. 백양사 천진암의 주지인 정관스님은 2017년 넷플릭스 음식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 시즌3에 출연하며 한국 사찰음식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 인물로 평가받는다. 미쉐린 스타 셰프들의 파인다이닝과 나란히 소개된 그의 음식은, 화려한 기교가 아니라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정갈함으로 오히려 더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이름 앞에는 묵직한 수식이 따라붙는다. 뉴욕타임스는 일찍이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진귀한 음식이라 극찬했다. 이후 그는 요리계의 권위 있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받았고,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수여하는 올해의 공로상(Icon Award)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신채를 쓰지 않는 채식, 텃밭과 산기슭에서 직접 거둔 제철 식재료, 그리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 철학이 그를 세계의 미식가들이 한국의 외딴 산사로 찾아오게 만든 이유다.

VIP 고객들이 개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어디서도 쉽게 닿을 수 없는 한 사람의 음식과 철학을, 그가 머무는 산사에서 마주한다는 약속이었다.

차담에서 발우공양까지, 천천히 흐른 이틀

여정의 첫날은 우화루에서 주지스님과 나누는 차담으로 문을 열었다. 차와 다과를 사이에 두고 수행과 삶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향과 온기가 천천히 번지는 동안, 도심의 속도에 길든 마음도 조금씩 결을 늦췄을 것이다. 저녁에는 손끝과 몸으로 산사의 시간을 익히는 체험이 이어졌다. 묵직한 범종을 직접 울려 보는 타종 체험, 한 배 한 배 마음을 비워 내는 108배, 그리고 알을 하나하나 꿰어 가는 염주 만들기였다. 빠르게 손에 넣는 데 익숙한 사람들에게, 천천히 만들어 가는 시간은 그 자체로 낯선 위로였다.

둘째 날, 정관스님과 함께한 시간이 이번 여정의 백미로 꼽힌다. 일반 방문객에게는 열리지 않는 전용 다이닝 공간에서, 발우공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사찰음식 코스가 펼쳐졌다. 제철 나물과 채소, 손수 익힌 장이 빚어낸 한 그릇 한 그릇에는 사찰음식 특유의 깊은 풍미가 담겼다. 자극적인 맛이 비워진 자리에서 재료 본연의 향이 또렷이 살아나는 경험은, 무엇을 더하는 일보다 무엇을 덜어 내는 일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입안에서 알려 주었다.

밥상 너머로 전해진 것은 음식만이 아니었다. 한 끼를 정성으로 차리고 감사히 받는 발우공양의 태도 안에는,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오래 곱씹게 될 삶의 결이 스며 있었다.

만다라, 친필 사인, 그리고 장 한 단지

미식과 명상 사이에는 손으로 빚는 시간도 마련됐다. 고객 참여형 콘텐츠로 진행된 티베트 만다라 클래스에서, 참가자들은 직접 만다라를 그리고 쌓으며 템플스테이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정교한 무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바라보는 일은, 결과보다 과정에 머무는 마음 챙김의 연습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여운은 빈손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정을 마친 고객들에게는 정관스님의 친필 사인이 담긴 서적과 함께, 스님이 직접 담근 장과 장아찌가 스페셜 기프트로 전해졌다. 백화점이 건네는 선물이 명품 굿즈가 아니라 한 단지의 장이었다는 사실은, 이번 프로그램이 지향한 가치를 가장 선명하게 압축한 장면이었다. 집으로 돌아간 뒤 식탁 위에서 그 맛을 다시 만날 때, 산사에서 보낸 이틀이 일상으로 자연스레 이어지도록 한 세심한 설계였다.

'소비'에서 '회복'으로, 웰니스가 리테일의 언어가 되다

신세계백화점의 이번 시도는 한 백화점의 단발성 이벤트로만 읽히지 않는다. 2026년 들어 웰니스는 특정 카테고리를 넘어 소비의 기준 자체로 자리 잡았다. 잘 쉬었는가를 묻던 질문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로 옮겨갔고, 명상과 호흡, 느린 회복이 일상의 리듬 안으로 들어왔다. 가장 발 빠른 럭셔리 산업이 산사의 고요에 주목한 배경에는 이런 시대의 갈증이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미식과 여행,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프리미엄 프로그램을 꾸준히 넓혀 가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끌어안는 방향으로 경쟁력을 다지고 있다. 이성환 신세계백화점 영업전략담당 상무는 이번 '신세계 미식예찬'을 한국 전통문화와 사찰음식, 휴식을 깊이 있게 경험하도록 기획한 프리미엄 콘텐츠라고 설명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콘텐츠로 우수 고객의 충성도를 높여 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