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진동을 더한 명상, 트라우마 생존자 116명의 몸 감각과 뇌 신경 경로가 달라졌다

생각을 비우라는 말보다 지금 가슴이 오르내리는 것을 느껴 보라는 말이 더 쉽게 들릴 때가 있다. 몸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명상이 마음 회복의 입구가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미국과 호주에서 잇따라 나왔다. 미국 에모리대 의대 연구팀은 명상 중 가슴뼈에 가벼운 진동을 더하자 몸을 느끼는 힘과 관련된 뇌 신경 경로가 달라졌다는 결과를 학술지 신경정신약리학(Neuropsychopharmacology)에 발표했다. 호주 라트로브대 연구팀은 외모 이야기를 한 줄도 넣지 않은 3주 자기연민 명상이 자기 몸을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는 결과를 학술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에 실었다.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의 실험 장면. 참가자가 가슴뼈 근처에 작은 진동 장치를 차고 호흡과 진동에 주의를 모은다. (사진=에모리대학교)
미국 에모리대 연구팀의 실험 장면. 참가자가 가슴뼈 근처에 작은 진동 장치를 차고 호흡과 진동에 주의를 모은다. (사진=에모리대학교)

116명 중 가슴에 진동을 받은 60명만, 몸 감각을 잇는 뇌 경로가 짙어졌다

에모리대 연구는 트라우마를 겪은 뒤 해리 증상이 높은 성인 116명을 대상으로 했다. 해리는 몸이나 현실에서 떨어져 나간 듯한 느낌을 말한다. 참가자들은 회당 20분 정도의 짧은 마음챙김 명상을 여덟 번 했다. 60명은 가슴뼈 근처에 작은 장치를 차고 명상했는데, 이 장치는 숨을 내쉴 때에 맞추거나 일정한 간격으로 낮은 진동을 보냈다. 나머지 56명은 같은 명상을 진동 없이 했다. 연구팀은 명상 전후로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찍어 백질의 미세 구조를 비교했다.

진동을 받은 그룹에서만 피질척수로라는 신경 경로의 신경돌기 밀도가 늘었다. 이 경로는 감각과 몸의 정보를 처리하는 데 관여한다. 몸 감각을 알아차리는 정도도 진동 그룹이 명상만 한 그룹보다 더 크게 좋아졌다. 연구 책임자인 네가르 파니 정신의학과 부교수는 대학 보도자료에서 가슴뼈 진동이 몸을 느끼는 뇌 경로에 신경가소성을 일으킬 수 있음을 처음 보여 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5월 16일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고, 미국 심리학 전문 매체 PsyPost가 10월 23일 이 연구를 다시 소개했다.

연구팀이 재구성한 피질척수로(금색). 진동을 받은 그룹에서 이 경로의 신경돌기 밀도가 늘었다. (사진=에모리대 연구팀 논문)
연구팀이 재구성한 피질척수로(금색). 진동을 받은 그룹에서 이 경로의 신경돌기 밀도가 늘었다. (사진=에모리대 연구팀 논문)

해리 증상은 두 그룹 모두 줄었다, 진동이 바꾼 것은 몸을 느끼는 힘

눈여겨볼 대목은 해리 증상이다. PsyPost에 따르면 해리 증상은 두 그룹에서 비슷하게 줄었다. 명상만으로도 변화가 있었다는 뜻이다. 진동 그룹에서는 신경 밀도가 많이 늘어난 사람일수록 몸과의 단절감이 더 크게 줄어드는 연관이 나타났고, 진동 없이 명상한 그룹에서는 이런 연관이 보이지 않았다.

파니 교수는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 특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있는 사람 중 상당수가 몸 안의 신호를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방식이 비용이 적게 들고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비침습적 방법이라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번 결과는 피츠버그대와 함께 진행 중인 임상시험의 중간 분석이다. 연구팀은 참가자를 치료 후 6개월까지 추적해 변화가 이어지는지 확인할 계획이며, 단독 치료법이 되려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뇌 변화가 일어나는 생물학적 원리는 아직 추정 단계이고, 심리 변화는 참가자의 자기보고로 측정했다는 한계도 있다.

몸 안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힘을 내수용감각이라고 부른다. (사진=PsyPost(Adobe Stock))
몸 안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힘을 내수용감각이라고 부른다. (사진=PsyPost(Adobe Stock))

외모 이야기 한 줄 없이 3주, 몸을 대하는 마음이 6주 뒤에도 달라져 있었다

호주 연구의 명상 원고에는 외모를 칭찬하거나 몸을 평가하는 문장이 없었다. (사진=마인드바디그린(Jacob Lund/iStock))
호주 연구의 명상 원고에는 외모를 칭찬하거나 몸을 평가하는 문장이 없었다. (사진=마인드바디그린(Jacob Lund/iStock))

호주 라트로브대 조슈아 마마라 박사 연구팀의 연구는 몸을 대하는 마음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호주에 사는 18~39세 성인 227명을 무작위로 두 그룹에 나눴다. 114명은 3주 동안 20분 길이의 자기연민 안내 명상 세 편을 들었고, 113명은 연구가 끝난 뒤 이용하는 대기 그룹이 됐다. 명상은 마음챙김 자기연민(Mindful Self-Compassion)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했다. 마인드바디그린 보도에 따르면 몸의 감각을 판단 없이 느끼는 바디스캔, 호흡 연습, 자기 비판에 따뜻하게 다가가는 자애 명상이 들어갔다. 외모를 칭찬하거나 몸을 평가하게 하는 문장은 없었다.

3주 뒤 명상 그룹은 신체 존중감, 자기연민, 긍정적 웰빙이 높아졌고 신체 불만족은 줄었다. 변화는 6주 뒤 추적 조사에서도 유지됐다. 대기 그룹은 변화가 적었다. 자신에게 친절해지고 마음챙김이 늘어난 사람일수록 신체 존중감이 높았고, 신체 불만족을 낮춘 것은 자기 판단이 줄어든 변화였다. 마마라 박사는 대학 보도자료에서 자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도록 이끄는 것만으로도 몸에 대한 느낌이 나아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예상하지 못한 결과도 있다. 참가자들은 일주일에 하루에서 이레까지 서로 다른 빈도로 명상했는데, 자주 한 사람의 변화가 더 크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연습의 질을 살피고 적절한 빈도를 찾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이 몸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스타츠앳60(Rene Terp))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이 몸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사진=스타츠앳60(Rene Terp))

공황 경험자는 연구에서 뺐다, 몸 감각 명상이 모두에게 맞지는 않는 이유

누워서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느끼는 바디스캔은 오래 앉기 힘든 사람에게 들어가기 쉬운 문이다. (이미지=AI 생성)
누워서 가슴과 배의 움직임을 느끼는 바디스캔은 오래 앉기 힘든 사람에게 들어가기 쉬운 문이다. (이미지=AI 생성)

호주 연구는 최근 섭식장애나 불안장애를 겪은 사람,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을 처음부터 참가자에서 뺐다. 마인드바디그린은 몸의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이 어떤 사람에게는 불안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기 그룹에는 아무 활동도 주지 않아 새로운 습관이 생긴 효과를 따로 떼어 보지 못했고, 남성과 논바이너리 참가자가 적었으며, 연구를 사전에 등록하지도 않았다. 18~39세만 참여했으니 중장년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두 연구는 대상도 방법도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머릿속 생각을 다스리기보다 숨, 가슴, 피부에 닿는 감각처럼 지금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끼는 데서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가 쉬지 않고 쏟아지는 시대, 하루 대부분을 화면 앞에 앉아 보내는 현대인에게 면벽하고 오래 앉는 명상은 문턱이 높다. 누워서 하는 바디스캔, 가슴에 손을 얹고 호흡을 느끼는 연습, 천천히 걷는 걷기 명상처럼 몸을 따라가는 방식이 더 쉬운 입구가 될 수 있다.

어떤 입구가 맞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몸의 감각에 집중할 때 오히려 불안이 커진다면 눈을 뜨고 하는 걷기 명상이나 소리에 주의를 두는 명상처럼 다른 문을 먼저 두드려 보는 편이 낫다. 트라우마나 공황을 겪고 있다면 혼자 시작하기보다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순서다. 명상은 치료를 대신하지 않는다. 다만 몸과 다시 친해지는 연습이 마음을 돌보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근거는 조금씩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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