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질문은 어떤 명상을 할까다. 호흡을 세는 명상도 있고,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명상도 있다. 스페인 나바라대 셀린 스티뉘스 연구원과 프랑스 랭스 샹파뉴아르덴대 소피 베르조 교수 연구팀이 이 두 갈래를 나란히 놓고 시험했다. 결과는 두 방식 모두 4주 만에 우울 증상을 줄였지만, 그 변화가 일어나는 경로는 서로 달랐다는 것이다. 연구는 학술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에 실렸고, 미국 심리학 전문 매체 PsyPost가 10월 17일 소개했다.

147명을 셋으로 나눴다, 하루 20분씩 주 5일 4주의 실험
연구팀은 프랑스에서 명상 경험이 거의 없는 성인 147명을 모았다. 정신과 약을 먹고 있거나 우울증 등 정신과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 사람은 뺐다. 참가자는 무작위로 세 그룹에 배정됐다. 첫 그룹은 호흡 같은 한 대상에 주의를 모으고 생각이 흩어지면 다시 돌아오는 집중 명상을 했다. 두 번째 그룹은 자기 생각과 믿음, 나라는 느낌을 들여다보는 자기 탐구 명상을 했다. 불교 교리를 뺀 세속적 프로그램이었다. 세 번째 그룹은 연구가 끝난 뒤 명상을 배우는 대기 그룹이었다.
두 명상 그룹은 4주 동안 60분짜리 온라인 그룹 수업을 다섯 번 듣고, 주 5일 하루 20분씩 혼자 연습했다. 명상 그룹 참가자들은 자신이 어느 방식에 배정됐는지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마음이 나를 들여다보는 데 직접 닿는 자기 탐구 명상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집중 명상은 생각과 거리를 두게 했고, 자기 탐구는 사람과 자연을 향한 연결감을 키웠다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두 명상 그룹 모두 대기 그룹보다 우울 증상과 정체성 위협감이 더 많이 줄었고, 두 명상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 정체성 위협감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흔들린다고 느끼는 정도를 말한다. 자신을 몰아세우는 경직된 믿음은 오히려 집중 명상 그룹에서만 줄었다.
차이는 변화가 일어난 길에서 드러났다. 집중 명상 그룹에서는 생각을 나 자체가 아니라 지나가는 마음의 사건으로 바라보는 힘이 커진 만큼 우울 증상이 줄었다. 심리학에서는 이 힘을 탈중심화라고 부른다. 자기 탐구 명상 그룹에서는 인류와 자연에 대한 연결감이 명상 전보다 높아졌고, 인류와의 연결감이 커진 만큼 정체성 위협감이 일부 줄었다. 다만 연결감 변화는 대기 그룹과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뚜렷하지 않았고, 연구팀도 탐색적 분석이라 조심스럽게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기 탐구 그룹의 우울 감소를 설명하는 요인은 이번 측정에서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두 명상이 우울과 관련해 비슷한 효과를 내지만 "부분적으로 다른 기전"으로 작동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기 그룹에선 20명이 떠났고 명상 그룹은 4~5명, 숫자 뒤에 숨은 한계
연구를 읽을 때 함께 볼 대목이 있다. 중도에 그만둔 사람이 대기 그룹에서는 20명, 명상 그룹에서는 각각 네다섯 명이었다. 대기 그룹 참가자는 자신이 아무것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진단받은 우울증이 없었고 우울 점수도 일상 범위에 머물렀다. 우울증 환자에게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두 프로그램을 모두 논문 제1저자가 직접 가르쳐 강사의 영향이 섞였을 수 있다. 결과는 모두 자기보고로 측정했고, 연구 계획을 사전에 등록하지 않았으며, 장기 추적도 없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여성이었고 스스로 명상 연구에 지원한 사람들이라 명상에 우호적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생각이 많은 사람과 외로운 사람, 같은 명상이 아니어도 된다

이 연구가 명상을 고르는 사람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어떤 명상이 더 낫다는 정답 대신, 나에게 필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 생각에 휩쓸려 하루가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호흡에 주의를 모으는 집중 명상이 생각과 나 사이에 틈을 만드는 연습이 될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흔들리고 다른 사람과 떨어져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나를 들여다보는 명상이 연결감을 되찾는 쪽으로 이끌 수 있다.
나를 묻는 수행은 한국 명상에도 깊이 뿌리내려 있다. 이뭣고 같은 화두를 붙드는 선 수행이 대표적이다. 이번 연구의 자기 탐구 명상은 종교색을 뺀 프로그램이었지만, 서구 연구실이 나라는 생각을 들여다보는 명상을 과학의 언어로 시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K명상이 세계와 대화할 접점이 넓어지고 있다.
입문자라면 한 가지 방식을 정답처럼 붙들기보다 두 방식을 모두 경험해 보는 편이 좋다. 앉아서 호흡에 머무는 시간이 답답하다면 걷기 명상처럼 몸의 리듬을 따라가는 집중 명상부터 시작해도 된다. 생각을 적어 보며 나를 묻는 시간도 자기 탐구의 작은 출발이 될 수 있다. 명상은 우울증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우울감이 오래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먼저 받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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